[BGM] Against The Current - Water Under The Bridge
마치 누군가가 휘두른 금속 재질의 야구 방망이처럼 머리를 홱 치고 간 말의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에서 다소 퉁명스러운 얼굴로 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쿠로하의 노란 눈과 물끄러미 시선을 맞췄다. 자신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노랗게 빛을 내는 눈동자를 두렵게, 역겹게 여겼던 것은 언제의 일이었나. 그는 생각에 빠진다. 허나 깊게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곧바로 자신의 눈을 감싸는 핏기없는 차가운 손바닥에 그는 가볍게 몸서리를 치며 숨을 삼켰다. 뭐 하는 거야.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혹여 옅은 빛줄기라도 닿아올까 눈을 가늘게 뜨며 손을 들어 쿠로하의 손목을 꽉 눌러 잡은 소년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무어라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답도 말도 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새끼, 이렇게 사람 명줄 끝을 불로 살살 지지는 것처럼 애간장을 태우면 내가 얼씨구나 하고 넘어갈 줄 알고. 투정 비스름한 것을 내뱉으며 아랫입술을 가볍게 혀로 핥아내던 신타로는 손 치워,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그가 내뱉은 소리는 백 년이며 천 년이며 말이고 뭐고 하지 않을 것 같던 정적을 깨부수고 느긋이 흘러나온 쿠로하의 목소리에 묻혔다.
"너는 내 눈을 무서워하잖아."
병신 새끼, 뭐라는 거야. 신타로는 미간을 구기며 잡고 있던 손목을 강하게 옆으로 끌어내고 쿠로하와 시선을 맞춘다. 끝까지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었던 모양인지 순순히 손에 힘을 빼고 제가 휘두르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묘하게 기분 나빠서. 눈을 흘기며 그를 노려보고 있으려니 인상 펴, 존나 못생겼다, 진짜. 그리 말하며 살짝 힘을 실어 제 미간을 꾹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한다.
2년 전이었다면 왜 이러나, 몸서리를 치며 정신병원에라도 전화를 때렸을 텐데. 울며 제 옷깃을 붙잡고 모든 것을 내뱉던 그 날 이후로는 때때로 자신을 눕혀놓고 내려다보며 고개를 파묻고 우울증이 도졌나, 지랄하는 꼬락서니도 이젠 예삿일이 되어서는. 신타로는 그저 천천히 손을 들어 쿠로하의 머리를 쓸어내릴 뿐이다. 쿠로하는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고 눈을 흘기다 이윽고 꽉 저의 등허리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때때로 동물이 앙탈 부리듯 소리를 낼 뿐이다. 이쯤 되면 이것이 자신이 해왔던 행동을 뉘우치고는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처참하고 혹여 제게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되는 행동거지임을 신타로는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뱀 새끼, 더는 미워할 이유 따위, 있을 리가 없는데. 혀끝에서 맴도는 말을 짓궃은 생각을 하며 꿀꺽 삼켜버리고 신타로는 느긋이 입을 열었다.
"예전엔 좀 무서웠는데, 지금은 병신 같다고 생각해."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진심이야."
말은 퉁명스럽게 툭 던져놓는 주제에. 마치 안심했다는 듯 그래, 작게 속닥거리며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것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모양이렷다. 지난날의 자신과 목덜미에 닿아오는 옅고도 차가운 숨을 다시 한 번 그리고 느끼며 그는 생각한다. 말 한마디, 그것만으로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면 나는 기필코 그것을 내뱉는다. 설령 어떠한 대가가 따를지라도.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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