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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세토신] 설득



















[BGM] Hello - Tanner Patrick 







  오늘따라 더 거센 비가 내리쳤다. 마치 눈물을 예고하듯, 거침없이 뺨을 때리는 빗물에 괜스레 마음이 착잡하게 내려앉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울고 싶은 것은, 그리고 축축하게 젖어가는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라. 저의 앞에 있는‥‥. 목이 막혀온다. 목이 막힌다. 신타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자신의 앞에서 우산도 무엇도 쓰지 않은 채 그저 내리는 비를 모두 몸으로 받아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토 코우스케를 향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받아줄 수 없는 자신의 입장에서라도, 그는 아무 말 할 수 없어야 했다. 신타로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우산을 떨어뜨리며,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침없이 자신의 뺨을 내려치는 빗물이 야속해서, 아아, 눈물이 날 것 같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그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생각하며. 

  키사라기 신타로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에 융통성이라던가, 재능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바로 말하니 입안으로 씁쓸함이 돌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그러므로 그는, 다른 사람에게 몇 번이고 상처를 주며, 상처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며,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의 마음을 받는 것을 포기하며. 서서히 손을 들어 눈을 뜰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빗방울을 손으로 쓸어내며 입을 벌린다. 

 "나를 설득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더 빠를걸." 

  신타로의 말에 세토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자신을 본다. 잔뜩 젖어, 물에 절어 축 늘어진 흑발의 머리카락이 다닥다닥 얼굴에 눌어붙은 것이, 마치 눈물을 흘리고 난 뒤의 자신의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하며 신타로 또한 응답하듯 고개를 바로 하고 세토의 눈을 바라본다. 황색의 눈, 소름 끼치도록 선명한 그 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가. 신타로는 같은 물음을 몇 번이고 되뇌며 입술을 잘근거린다. 소년은 그저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상냥한 눈동자로. "괜찮아." 그의 눈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괜찮을 리가 없지. 신타로는 세토 코우스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아주 이전부터‥‥. 그는 세토에게 말한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못 돼, 너 같이 좋은 녀석이 어째서 날 좋아하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어." 누구라도 상처받을만한 말,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말. 비통하고, 고통스러운 말. 신타로는 그 모든 것의 범주에 자신의 발언이 속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주는 것, 거절하는 것의 목적 그 이상으로, 정말로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어째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했다. 진심으로. 하지만 세토는 말한다. 세토는, 언제나와 같은 올곧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그저 웃는다. "신타로 씨는 상냥한 사람임다, 상처 주는 것을 꺼리고, 차라리 자신이 받았으면~ 하고 생각해버려서, 가끔은 무리하고‥‥. 짖궂지만 미워할 수 없어요." 그런 소리를 하며, 그는 웃는다. 


  "받아달라는 게 아녜요." 

  "단지, 좋아해, 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슬프네. 세토의 말에 신타로는 쓰게 웃는다. 쓴 웃음, 그 어떤 것보다 쓴맛이 나는 웃음. 신타로는 꿀꺽 침을 삼켰다, 무언가 자신의 입을 달래줄 수 있는 단 것이 없을까.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손가락을 움직이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손을 뻗느냐, 마느냐. 그 사이에서 몇 번이고 고민하며‥‥‥. 신타로는, 떨어뜨렸던 우산을 들어 팔을 뻗는다. 비, 다 맞고 있으면 감기 걸리니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단지, 저의 손을 이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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