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지코(Feat. 수란) - 오만과 편견
"하루카 선배, 저 선배네 고등학교 진학하기로 했어요."
"어라, 정말?"
신타로의 말에 하루카는 고개를 들어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헤에, 그렇구나. 의외네. 신타로는 좀 더 좋은 학교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말이야. 하루카의 말에 신타로는 어깨를 들썩거린다. 어차피 더 좋은 학교로 간다고 해도……. 그렇게 좋은 취급은 못 받아요. 아시잖아요.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눈에 걸린다. 하루카는 가만히 신타로를 바라보다가 애써 눈을 휘어 웃음 지었다.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상처도 많고, 그리고‥‥. 사회라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차이까지. "다르다." 하루카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깜깜해진 시야로, 이제까지 신타로가 겪었을 모든 일이 선명하게 보인다.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그는 더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신타로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언젠가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나갔던 청소년 상담 센터에서였었지. 어쩌다가 친해지게 되었더라‥‥. 그런 것을 생각하며 신타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신타로는 머그잔을 내려놓고서 고개를 까딱거린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신타로의 물음에 하루카는 어? 되물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냥‥‥, 조금 지난날이 생각나서 말이야. 싱겁네요. 그리 이야기하며 픽 웃음을 흘리는 것이 여느 청소년과도 다를 것이 없는데. 괜스레 우울해졌다.
신타로는 둘러멘 가방끈을 꼬옥 손으로 쥐었다. 새로운 학교생활의 시작이 두려우냐 묻는다면, 아, 그래. 사실 어쩌면. 그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순간, 그래. 이제까지의 모든 인생이 송두리째로 뽑혀 바닥에 나뒹굴게 되는 것이다. 신타로는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잘근거렸다. 겁먹지 마, 키사라기 신타로. 어차피 다들 똑같은 녀석들이야.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돼. 그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그 녀석도 있을 테니까. 눈앞으로 아른거리는 붉은 머플러를 떠올리며 신타로는 긴장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교문 안으로 향했다.
교사 내는 상당히 쾌적한 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깔끔하게 칠해진 벽,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 운동장, 모든 시설. 사람도 이렇게 깨끗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한 생각에 빠져 앞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걸으니 곧 시야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이마에 강한 통증만이 인다. 윽. 작게 신음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가기 시작한 신타로는 위기감을 느끼며 팔을 뒤로 뻗었다. 이대로 넘어지면 분명 다친다.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본능적인 위기감이 마치 하나의 둔기처럼 저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치기 시작한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고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통증이 밀려오지 않는다. 이상함을 느낀 소년은 슬그머니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허리에 뭉툭한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바닥이 아닌, 사람의 팔 같은‥‥. 그는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보고 다니지 않으면 위험해."
"하루카 선배?"
소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무언가 이상하다. 하루카 선배라고 하기에는 다른 기류가 느껴지는 사람, 웃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복도 입고 있지 않았다. ‥일단, 신타로는 가까운 거리에 눈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그것을 생각하며 남성을 바라보지 못했다. 남성은 노란 눈으로─뱀에 눈에 비유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노란 눈이었다.─저를 뚫어지라 바라보다가, 저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에 힘을 실어 젖혀져 있던 허리를 끌어올린다.
"‥감사합니다."
신타로의 인사에 남성은 눈을 휘어 웃는다. 별말씀을. 앞으로는 조심해서 다녀, 그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괜한 오지랖이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한 것을 꾹 눌러 담은 신타로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아,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저의 말에 그는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신타로는 다소 불만스러운 듯, 그런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남성을 바라보다가 곧 남성이 저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자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상한 놈이다. 뻗친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눌러 정리하며, 그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의도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쿠로하는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신타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것 참. 이게 바로 운명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소를 흘리며,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소년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것도 아주 푹 빠져서. 저가 다가오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듯, 소년은 저가 부딪히자 그대로 몸을 휘청거렸다. 쿠로하는 팔을 뻗어 신타로의 허리를 감쌌다. 그는 마치 몰려올 고통에 대비하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팔을 뒤로 뻗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아, 뭔가 의외네. 그리 생각하며, 쿠로하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소년은 몇 초고, 고통이 몰려오지 않자 드디어 이상함을 느낀 듯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제대로 보고 다니지 않으면 위험해."
"하루카 선배?"
‥‥하루카? 쿠로하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 학교에 하루카 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저의 동생 말고 또 있었던가? 쿠로하는 오늘 아침 켄지로에게 담당 학생의 명단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하루카 라는 이름의 녀석은 이 학교에서 단 한 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그래, 확실히 귀띔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뿐이지. 의외로 어려움 없이 모든 것들을 이해한 쿠로하는 눈을 휘어 웃음 지었다. 그래, 분명히 이건, 이 녀석과 나의‥‥‥. 마치 소녀만화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을 생각하며 매끄럽게 이어지는 관계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장난인가, 운명인가. 그러한 문구가 저의 머릿속을 스친다. 청년은 손을 뻗어 신타로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헤집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하겠다, 고 말하는 그 눈빛이 퍽 곱지는 않았던지라. 이렇게 나와야 즐겁지, 어른스럽지 못한 저를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걸음을 옮겼다.
이 만남이 저에게 2년간 고통을 가져다줄 줄, 어느 누가 알았을까. 신타로는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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