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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켄지신] 연(戀)













[BGM] 김범수 - 끝사랑













  다른 날과 다르게 유난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소란스러웠다. 신타로는 제 손에 들린 형형색색의 꽃다발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린 뒤 매무새를 다듬고 소란스러운 강당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날이 참 흐렸다. 뿌옇게 하늘에 걸린 것은 안개라기보다는 사뿐사뿐 내리기 시작한 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겠다. 싸늘한 바람이 마치 칼날처럼 저의 뺨을 할퀴고 스치며 얼얼한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 마치 졸업을 축하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와도 같게 느껴져서, 아. 그는 작게 탄식하며 빨갛게 오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고작 한 발짝 내디디고 뒤에 있던 문짝을 밀쳐 닫았을 뿐인데. 마치 순식간에 세상의 반대편에 건너온 것만 같아서 새로운 기분이 든다. 이 모든 것들을 내일부터는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럽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속 시원하다고 말해야 할까. 묘한 느낌이 들어 그저 고개를 까딱거리다 옆에 있던 담벼락에 몸을 기댔다. 눈은 끊임없이 내렸다. 도대체 언제 그칠 생각이지? 그런 질문을 속으로 곱씹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길게 숨을 내뱉으니 하얀 연기가 입술에서부터 새어 나오며 공기 중에 흩어지는 것이 눈에 들었다.

  그렇게 공기 중으로 퍼져 서서히 존재를 감추는 것이 언젠가 학교 뒤편에서 맡았던 매캐한 담배 연기를 떠오르게 해서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음, 신타로는 천천히 숨을 삼켰다. 무언가 무거운 것이 자신의 가슴을 꾹꾹 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타로는 생각을 돌려보기로 했다. 그럼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분 말이야. 제멋대로 결론지으며 살포시 눈을 감은 그는 지난 3년간 이 익숙한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금 되새겨보기로 한 그의 눈앞으로 점차 흐릿하게 익숙한 교실의 풍경이 보였다. 




  그는 가장 뒤쪽의 창가 자리에 앉아 턱을 괸 채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커다란 운동장 주위를 감싸고 있는 파릇파릇한 잎사귀들 하며, 교실과 바깥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까지. 오직 저 하나만 무채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덧칠해진 것만 같아서, 묘한 기분을 느끼며 그는 고개를 숙였다. 허어, 작게 한숨을 터뜨리자 미적지근한 숨결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저의 손등에 닿는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기분이 나빠서, 그는 대충 손을 털어내고 그대로 그것을 다른 손과 포갠 뒤 팔을 베고 책상 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낯선 것들이 멀어질까, 어쩌면 그런 생각에서였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입속으로 숫자를 세어가며 그 모든 것이 멀어지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그는 책상을 두드리는 손길에 인상을 찌푸리다가 느긋이 고개를 들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보나 마나 친구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영웅의식과 오지랖에 빠져서 말을 걸어오는 것이겠지마는. 이전 중학교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며 뭐야…. 작게 중얼거린 그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교복이 아닌 백의라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교복 위에 다른 옷을 입어도 괜찮았던가? 그 짧은 찰나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느리게 자신의 눈앞으로 흘러가며 온갖 생각을 꺼내게 한다. 완전히 상체를 일으켜 앞에 선 이의 얼굴을 바라본 그는 곧 허. 작게 숨을 내뱉으며 몸을 젖혔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자세히 보니 안에 갖춰 입은 것조차 학생이 입을만한 옷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신타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켄지로의 얼굴을 마주 올려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타테야마 켄지로라고 했었나. 며칠 전 고등학교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교직원 목록을 상기시킨 소년은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녹슨 쇠가 비틀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며 눈앞에 보이던 것을 순식간에 해쳤다. 담담하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던 신타로는 눈을 떴다. 강당 문이 맛이 좀 가기는 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누가 나왔나 확인이나 해보자는 심보로 열린 강당 문을 바라보니 강당에서 나오던 익숙한 얼굴의 사내와 딱 눈이 마주쳤다. …타이밍 하고는. 신타로가 작게 중얼거리자 막 건물 밖으로 나온 남성은 검지로 안경을 올리며 눈썹을 추켜세우곤 내 뒷담이라도 까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리 반쯤 장난스러운 물음을 던진다. 신타로는 물끄러미 켄지로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돌려 허. 하고 작게 숨을 터뜨렸다. 잘 아시네요. 지난 3년간 얼마나 글러 먹게 행동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뭐라? 소년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내려다보던 그는 곧 강당의 문을 눌러 닫고 그의 옆에 서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안 춥냐?" 

 신타로는 시선을 돌렸다. 추위 때문인지, 저의 옆에 서서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 때문인지는 알 턱이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든 그의 볼은 발개져 있었다. 얼얼하게 피부가 땅겨지는 것을 느끼면서 춥지 않다는 소리를 해봤자 상대방도 믿지는 않겠지만. 한 편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퉁명스레 춥지 않다고 답하니 옆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이는 곧 그날과 같은 모습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를 헝클인다. 그럼 됐고. 심드렁하게 답해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그것을 이야기할 자신도 없다. …하지 마요. 저의 머리를 헝클이는 손을 쳐내고 볼멘소리를 하자 어이쿠, 이 성깔 있는 녀석.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손을 거두어들이며 낄낄거린다. ……선생님은 재수 없거든요.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며 코웃음을 친다. 뭬야? 제 말에 곧 그는 허! 숨을 터뜨리고 헛웃음을 터뜨리다 옜다, 재수 없는 선생의 선물이다. 그리 말하며 머리를 더욱 헝클어온다. 아, 진짜! 머리 위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자 신타로는 재빨리 저의 머리를 감싸고 켄지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니 말은 곱게 곱게 해야지. 네 녀석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속담도 모르는 게야?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툴툴댄다는 말이 어울리도록 중얼거리던 남자는 곧 숨과 함께 매캐한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언젠가 학교 뒤편에서 맡았던 매캐한 향기, 그래. 확실히 이 향이었지. 다시 한 번 그 날의 일이 떠오르는 듯싶다가 외부에서 닥쳐온 별것 아닌 자극 때문에 그대로 의식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오. 짧게 투덜댄 신타로는 그 새로운 자극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바퀴 걸을까 하는데, 네 녀석도 따라와라." 

 "…귀찮……아, 진짜.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켄지로의 물음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던 눈을 맞추는 시선에 맥도 못 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마지막까지 귀찮게 하시네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은 소년은 그것을 혹 들키기라도 할까 옆에 서 있던 남성보다 빠르게 걸음을 옮겨 몸을 움직였다. 허이구, 그새 삐졌냐. 안 삐졌거든요? 저를 향해 물어오는 것이 …정말로 어린아이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유쾌하지 않아. 절대로 유쾌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운동장의 외곽을 따라 다소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니 뒤처진 이는 저의 뒤통수를 향해 시선을 보낸다. 그 시선을 고대로 느끼며 그는 이제 완전히 달리듯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녀석이 잘도 뛰네. 켄지로는 완전히 달리기 시작한 신타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짧게 혀를 차며 그를 따라잡기 위하여 좀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저도 뛰기 힘들어 거친 숨이 터질 때 쯔음 앞에서 달리던 녀석도 완전히 지쳐버린 모양이렷다.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헉헉대는 녀석을 보며 켄지로는 혀를 찼다. 젊은 녀석이 이리 금방 지쳐도 괜찮은 게야? 어디 가서 못 써먹겠구먼. 심드렁하게 말하는 것을 아, 시끄러워요…. 숨을 헐떡거리며 손사래를 치니 곧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걷자. 그리 답해온다. 

  사람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지. 괜스레 울컥하는 감정이 치고 올라와 제 마음에 있던 모든 감정을 뒤집어엎으며 서로 섞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았어요. 그나마 호흡이 정리된 듯하자 몸을 일어선 신타로는 이번에는 천천히 켄지로와 발을 맞추어 걸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에게 흐르고 있는 이 침묵이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에 꼭 말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로 그저 걸음을 옮기며 매서운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그런 정적이 계속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정적을 깬 켄지로의 말에 신타로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켄지로는 느긋하게 주머니에 손을 끼워 넣고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은 말이야, 여러 가지로 요령이 부족한 놈이란 말이지. 분명 잘할 수 있는데, 잘할 수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거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 점을 좀 더 보안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3년간 담임을 맡았던 선생으로서 객관적으로 충고하고 있는 게야. …물론 그렇지 않은 제자는 없었지마는, 네 녀석은 내게 가장 특별한 제자와도 같으니까." 

  


  ………신타로는 눈을 떴다. 끊겼던 필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글러 먹은 제 담임선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얀 가운을 입고 저의 책상을 두드린 그 선생은 네 녀석이 키사라기 신타로지? 그리 묻다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따라와라, 네 녀석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중학교 때, 선생님과의 면담이라면 지겹도록 했었던 것이 떠올라 아주 잠시 도망갈까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첫날부터 굳이 물의를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귀찮은 게 낫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책상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켄지로를 따라 복도로 나섰다. 

  복도의 공기는 교실의 공기보다 싸했다. 자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교실의 앞문 앞에서 가만히 서 교실 안을 바라보다가 뒷문을 통해 나온 자신을 발견하고 손가락을 다시 한 번 까딱거렸다. 아무리 봐도 귀찮음이 역력한 행동거지에 신타로는 짧게 혀를 찼다. 저렇게 귀찮다는 기미를 또렷하게 보일 바에야, 차라리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켄지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길고 긴 복도를 켄지로의 뒷모습만 보고 뒤따라 걸어 도착한 곳은 과학실이었다. 

  …흔히 상담하게 되면 교무실로 가지 않던가? 과학실이라고 써진 팻말을 가만히 바라보던 신타로는 의구심이 담긴 눈으로 켄지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윽고 과학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서 와라, 저기 소파에 좀 앉아 봐. 저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는 그리 말하며 코코아 가루를 머그잔에 털어놓고 따뜻한 물을 부었다. 옆에 있던 작은 스푼을 들어 그것을 휘휘 젓는 듯 하더니면 곧 무언가 부족했던지 한쪽에 놓인 하얀색의 작은 냉장고로 다가가 긴 각에 담긴 우유를 꺼내 머그잔에 들이붓는다. 우유를 담은 머그잔을 다시 한 번 스푼으로 휘휘 저은 그는 곧 테이블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신타로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곧 살살 그쪽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고는 그와 눈을 맞췄다. 왜 부르셨어요? 무뚝뚝한 저의 물음에 켄지로는 건너편 소파에 앉으며 아이고, 골치야…. 벌써 막막하고만. 그리 투덜거린다. 

  그것이 퍽 고까워서 신타로는 인상을 찌푸리고 눈길을 돌렸다. 살면서 이런 선생은 또 처음이네. 켄지로와 처음 제대로 마주한 신타로가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는 숨을 한 번 깊게 내쉬고 막막하면 상대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요. 슬슬 돌아갈까요? 마치 일을 빠르게 끝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켄지로에게 물었다. ‥네 녀석과는 조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부른 게니, 얌전히 앉아 있어. 그리 말하는 얼굴이 얼척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신타로는 가만히 켄지로를 바라보다 소파에 몸을 젖혔다. 그럴게요.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데요? 인상을 구기며 그리 말하니 켄지로는 가만히 저를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을 쉬며 저와 눈을 맞췄다. 

 "네 녀석에 대해서 알고 있단다." 


  ……그 뒤로 무슨 말을 했었더라? 신타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떨군 채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가 조사한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들, 그리고 잘못된 것이 있나 여러 번 확인하는 질문과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시선을 맞추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제가, 당신의 제자라고. 특별한 제자가 될 것이라고. 그리 말하는 눈은 단지 저의 머리를 떠나 여느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제자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미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바라보며 들었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 꽂혀 잊히지 않는다. 슬슬 모든 눈이 녹을 때도 됐는데. …그 아무것도 녹지 않았다. 신타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의 부재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그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다 결국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돌려 천천히 제게로 다가왔다. 

 "뭐야, 갑자기 왜 멈춰서 이러고 서 있어?" 

  꽤 많은 이야기를 하며 연신 듣고 있냐, 듣고 있어? 그것을 묻던 켄지로의 말을 눌러 죽여버리듯. 신타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켄지로에게 입을 맞췄다. 지금이 아니라면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신타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은 아예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전하면 안 된다는 걸. 제 또래의 딸아이를 만났을 때는 정말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 지난 3년간의 기억이 저의 머리를 가볍게 짓누르며 스쳤다. 언제부터 좋아했던 것 같으세요? 내뱉지 않고 속으로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서 약간의 아쉬움을 숨으로 내뱉으며 소년은 달싹거리던 입술을 떼며 씩 웃음을 흘렸다.

 "좋아했어요."

  서서히 머리를 짓누르던 뿌연 구름이 걷히고 내리던 눈 또한 부드럽고 따뜻한 햇살에 녹아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드디어 눈이 녹을 때가 됐구나. 어울리지 않는 감탄을 하며 신타로는 켄지로의 앞에서 고개를 꾸벅거렸다. 3년간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그 자리를 빠져나와 강당으로 향했다. 사람으로 가득 찬 강당 안에서, 그는 남은 졸업식을 무사히 마치고 떨어뜨렸던 꽃다발을 주워 털어낸 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어찌 이렇게도 하늘이 맑을까. 이따금 내리던 눈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고, 신타로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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