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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신] CRISPAPPLES 2.





















  


  그래서, 선생님 냄새를 맡게 해주신 겁니까? 허. 기가 찬 듯 숨을 터뜨린 신타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쿠로하를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신타로가 입술을 비틀며 아, 그것참 감사합니다. 하고 빈정거렸다. 적당히 짜증이 날 터인데 그는 잠시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오냐, 그으래. 그리 대답하며 걸음을 옮길 뿐이다. 왠일로? 이쯤이면 분명 제게 꿀밤이라도 먹였을 텐데. 고개를 까딱거리며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드는 갖가지 생각들을 떨쳐내며 신타로는 쿠로하의 뒤를 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를 이끌듯이 그저 걷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킁킁, 저의 옷에 고개를 처박고 제 냄새를 맡는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평소 저의 냄새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냄새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처박고 냄새를 맡고 나서야 그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저의 앞을 걷고 있는 청년을 노려보았다. 냄새 뱄잖아. 대략 몇 분 정도를 쿠로하의 쫄래쫄래 쿠로하의 뒤를 따라 걸으니 저 멀리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뒤에 저를 졸졸 잘 따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쿠로하는 신타로가 오기 전 먼저 붉은색의 삼각형이 그려진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신타로는 터덜터덜 다가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서 벽에 고개를 박았다. 완전히 정신을 놓은 모양이다. 그는 잠시 고개를 처박고 저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며 느리게 눈을 끔뻑거리다 금세 몸을 바로 세우고 쩍 벌려진 입을 그 작은 손바닥으로 가려 하품을 했다. 얼씨구, 졸리냐? 신타로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쿠로하가 물었다. 뭐, 조금‥‥. 쩝, 하품하곤 입맛을 다시던 입술이 우물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올라가자마자 씻고 바로 자라, 몇 번이고 반복하지만 정말로 쓸데없는 다정함이다.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려다 금세 괴롭힘이라도 당할까 싶어 꿀꺽 말을 삼켰다. 그때, 짧은 노랫소리가 주차장 안을 울렸다. 

  아, 왔다. 동시에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안으로 걸음을 옮긴 쿠로하가 신타로를 향해 손짓했다. 주차장에서 자려고? 말 안 해도 탈 거거든. 퉁명스레 답하며 신타로가 그의 뒤를 쫓았다. 엘리베이터의 탑승해 한쪽 구석에 몸을 처박고 손잡이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쿠로하가 가볍게 10층이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10층인가. 눈을 흘기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신타로가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문 위에 가로로 길게 눕혀진 LED 판을 바라보았다. 1층, 2층, 3층, 부드럽게 바뀌는 숫자는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자리 숫자가 되었다. 띵,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며 찬찬히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앞으로 새하얗게 칠해진 벽과 매끄럽게 다듬어진 대리석이 깔린 바닥이 보였다. 천천히 걸어 바닥에 발을 디뎠다.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며 저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엘리베이터의 바로 왼쪽으로 보이는 계단은 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밝은 편에 속했다. 중간중간 배치된 옅게 빛을 내는 하얀색 전등 때문인 듯했다. 바로 오른쪽에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섯 개의 문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 신타로가 입을 열었다. 쿠로하는 신타로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잠시 오른쪽의 복도를 바라보다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조용히 해 봐. 뭐야, 미친놈이. 심지어 장난도 아닌 듯 보였다. 웃음기 하나 깔리지 않은 얼굴로 가만히 복도를 살피던 그는 곧 확인을 끝낸 듯 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리 와. 도대체 뭐람.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곧, 그는 복도의 가장 끝에 있는 집의 문에 앞에 이르어서야 걸음을 멈췄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인가. 의도치 않게 머릿속에 위치를 새겨넣는다. 그는 잠시 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문에 달린 도어락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양 긴 손가락으로 삑삑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1224. 마찬가지로 의도치 않게 눈에 들어온 숫자에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사람 생일이네. 혹시 브라더 컴플렉스인가? 고개를 까딱거린다. 그런 저를 보며 뭘 그리 웃냐는 듯 눈을 내리깔던 쿠로하는 이내 문을 열고 들어 가. 고갯짓을 한다. 아, 예. 피식 웃음을 흘리며 집안으로 향했다. 현관에 멀뚱히 서 집 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뒤통수 쪽에서 삐리릭, 덜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 안으로 들어와 도어락을 잠군 거겠지. 바로 옆에 있던 신발장으로 바짝 붙는다. 뭐야, 너 거기서 잘거냐? 장쪽으로 바짝붙는 저를 보며 쿠로하가 먼저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향했다. 들어 와, 손을 휘적거린다. 

  쿠로하의 말에 신타로는 운동화를 벗어 한쪽에 고이 벗어놓고 본격적으로 집안으로 들어서 천천히 안을 살폈다. 대체적으로 검은색의 가구같은 것이 눈에 띈다. 중간중간 하얀색의 가구나, 소품이 섞여있는 것이 검은색으로 가득 찬 방 안의 분위기를 침침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딱 이 녀석 같은 느낌이네. 그런 것을 생각하며 쿠로하를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방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욕실은 저 안에, 침대는 저기 창가 앞에 있고, 물은 냉장고 보이지? 장님은 아닐 거 아니냐. 방금 그 말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때때로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 사람의 성질을 살살 긁어대는 걸 제는 알런지. 신타로가 혀를 찼다. 그런 신타로의 행동에 뭐야, 하고 잠시 시선을 내려 저를 바라보던 쿠로하가 뭐, 상관없나. 중얼거리며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부엌으로 보이는 공간 옆으로 방문이 하나 더 있었다. 저긴 뭔데? 신타로의 물음에 쿠로하가 아- 길게 말을 끌며 별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옷 넣어두는 방. 들어가 봤자 구경할만한 건 없고, 속옷이라도 구경하고 싶으면 들어가 보든가. 말하는 꼬락서니가 퍽 곱다. 제 말에 신타로가 오만상을 찌푸리자 농담이다. 짧게 이야기하며 몸을 돌려 현관의 마지막 신발장 옆에 붙어있던 작은 판에 달린 버튼을 누르곤 저를 보며 씩 웃는다. 따뜻한 물 나오니까 들어가서 해. 뭘?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신타로가 멀뚱히 서 쿠로하를 바라보자 그는 거 참. 혀를 차며 저의 교복을 가리킨다. 그 꼴로 잘래? 아.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는 듯 신타로가 손뼉을 쳤다. 옷은 네놈 씻는 사이에 앞에 놔둘 테니까, 벗은 옷은 세탁기에 넣어둬라. 그리 말하며 다시 발을 뻗어 벗어두었던 구두를 신는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신타로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디 가세요. 신타로의 물음에 어엉? 하고 고개를 돌린 쿠로하가 저의 어깨의 무엇인가를 걸치는 시늉을 하며 코트 놓고 왔다. 하고 입을 열었다. 멍청이냐? 닥쳐, 확 따먹어버릴라. 잠금쇠를 풀고 문밖으로 나서며 이야기하기엔 이미지가 걱정되지 않냐? 그리 물으니 이미지가 어딨냐. 낄낄거린다. 얌전히 있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문이 닫힌다. 존나 못하는 소리가 없네. 신타로가 짧게 불평을 달았다. 


  쿠로하가 나간 후, 답답하게 저의 목을 꽉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욕실로 들어가 바구니에 넣었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내리곤 천천히 벗어 이 또한 바구니에 담아놓고, 벨트를 풀어 한구석에 잘 놓아둔 뒤 교복 바지와 양말을 벗어 바구니 안에 그대로 처넣었다. 마지막까지 저의 몸에 남아있던 얇은 옷가지는 어찌할까 고민하다 그것 또한 벗어 바지 아래에 깔아 놓았다. 싸늘한 공기가 저의 몸을 훑고 흐른다. 아, 춥다. 한시라도 빨리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교복을 벗자 배어있던 냄새는 떨어져 나가고 물비린내만 풍길 뿐이다. 마음 한구석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짝 마른 머리카락을 대충 이마의 뒤로 넘겨버린 그가 팔을 뻗어 욕실의 문을 열었다. 

  욕실의 검은색 타올에 발을 디디자마자 차갑게 닿아오는 한기에 몸을 움찔였다. 잠시 눈을 끔뻑거리며 푹 한숨을 쉰 신타로가 몸을 돌려 욕실의 문을 닫고 다시 한 번 발을 들어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겨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욕조의 앞까지 다다른 그는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잡았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 저의 손끝을 간지럽힌다. 그는 수도꼭지를 돌리고 흘러나오는 물에 손을 뻗어 온도를 맞췄다. 이 물이다, 당장에라도 몸을 담그고 싶어질 정도다. 손을 좀 더 뻗어 손바닥의 중간에 물이 닿아오자 마치 그 따스한 온기가 팔에서부터 시작하여 저의 몸에 스며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타로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손을 걷어내고 천천히 욕조의 안으로 들어가 벽 한쪽에 몸을 기댔다. 발끝에서부터 차오르는 온기가 기분이 좋다. 다리를 쭉 뻗은 채 가만히 몽롱한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눈을 감고 누워있으니 금세 저의 가슴께까지 물이 차오른다. 그는 몸을 살짝 일으켜 수도꼭지를 잠그고 그대로 턱까지 물에 몸을 담갔다. 덕지덕지 온몸에 붙어있던 피곤함이 스르르 물속으로 잠겨 드는 것만 같았다. 


  쿠로하는 문을 닫고 탁탁 발을 굴렀다. 따먹어버리겠다고 한 말은 진심이지만, 쥐뿔도 안 먹혔겠지. 혀끝으로 씁쓸함이 돌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11시 40분인가. 아파트 내에 24시 편의점이 있었던가. 그런 것을 생각하다가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점을 살펴 재빨리 다녀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저녁도 아직이었지, 새삼스레 생각난 것에 걸음을 재촉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거꾸로 뒤집힌 병신같은 삼각형이 그려진 버튼을 꾹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작은 공간이 입을 벌렸다. 쿠로하는 그 안으로 들어가 F1이라고 적힌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문이 닫히고 저의 앞에 세로로 길게 세워진 LED 판은 곧 천천히 숫자를 세어나가다 마지막으로 F라는 것을 앞에 끼워넣는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띵, 하며 소란스럽게 엘리베이터 안을 울리더니 문이 열렸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는 주차장 안을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천천히 걷는다. 몇 분 정도를 걸었을까, 곧 가까이 저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풀려있는 자물쇠의 버튼을 살짝 누른다. 결코, 듣기 좋은 소리라고는 말할 수 없는 고음에 가까운 기계음이 주차장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손을 뻗어 차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반쯤 몸을 넣고 이제는 거의 마른 축축한 코트를 꺼냈다. 완전 다 젖었었네. 대충 툭툭 손으로 털어 어깨에 올려놓은 뒤 문을 닫는다.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러 문을 잠근 그는 문의 손잡이를 다시 한 번 당겼다가 놓고는 주차장의 밖으로 향했다. 먹을 것을 좀 사자. 젖은 코트도 좀 맡기고. 


  형? 대충 먹을 것을 사서 나온 쿠로하의 뒤통수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코노하냐? 고개를 돌려 저의 형제를 바라본 쿠로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새하얀 머리에 빛이 없는 멍한 눈빛, 그리고 한쪽 손에 가득 든 음식거리까지. 아, 이 녀석. 또 하루카랑 야식 파티 하는구만. 쿠로하가 혀를 찼다. 코노하는 잠시 쿠로하의 모습을 살피며 그가 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거‥‥, 뭐야? 제가 들고 있는 봉투가 신경 쓰인 모양이다. 저녁거리. 쿠로하가 간단하게 답을 했다. 너야말로 그걸로 하루카랑 파티라도 할 생각이냐? 저번에 그렇게 혼나놓고. 쿠로하가 고갯짓을 하며 코노하가 들고 있던 것들을 가리켰다. 코노하는 잠시 느릿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저가 들고 있던 갖가지 봉투를 바라보다가 그것들을 더 높이 들고는 응, 하지만 하루카가 먹고 싶댔으니까‥‥. 하고 말끝을 흐린다. 여러모로 제와 다르게 헌신적인 놈이다, 보나 마나 하루카 몰래 나와서 잔뜩 사서 들어가는 것이겠지. 하루카는 그것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좋아라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이런 것을 바라고 코노하에게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주 천생연분이구만. 잘 어울리는 콤비네. 앞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하니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까딱거리던 코노하가 응, 고마워. 하고 인사를 한다. 칭찬한 거 아니거든. 그래‥? 너 솔직히 뭐라고 말하든 상관없지. 쿠로하의 물음에 코노하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쿠로하 형‥‥. 원래 쓰레기니까‥‥. 씨발놈아. 


  아, 존나 지쳤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쿠로하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젠장, 벌써 다 씻고 발가벗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지 않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네. 입맛을 다시며 소망하지만 아마 지구가 무너지는 것이 더 빠른 일일 것이다. 하필이면 좆될 뻔했네. 올라오기 전 편의점 앞에서 코노하와 했던 대화를 생각하며 쿠로하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씨이발, 작게 욕을 지껄이며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저의 집 문에 붙어있는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대강 입력한 후 삐리릭, 문이 열리자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바깥과 다르게 꽤 따뜻했다. 아까 보일러를 틀어서인가. 대충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하니 시곗바늘은 12시 3분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안 나왔나. 식탁 한쪽에 비닐봉지를 내려놓은 그는 큰방으로 들어가 간단히 속옷과 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바구니에 담긴 옷더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문을 두들겼다. 거기서 자냐? 

  신타로는 욕조 안에서 몸을 뉘이고 눈을 지긋이 감았다. 바깥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에 묵묵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안 자요, 돌아왔나 보네. 신타로의 말에 쿠로하가 답했다. 저녁거리도 간단하게 사 왔다. 옷은 바깥에다가 뒀으니까 입고 나와. 그리 말하자 욕실 안에서 어어, 하는 목소리가 울린다.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실로 돌아가려 한다. 문턱에 거의 다다랐을 때, 쿠로하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전혀 숨길 생각이 없는 듯 다시 뚜벅뚜벅 걸어와 욕실의 문을 연다. 지긋이 눈을 감고 욕조 안에 누워있던 신타로가 문을 여는 소리와 밖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에 실눈을 뜨고 제를 바라보았다.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눈을 끔뻑거리던 소년이 너, 너‥‥! 하며 삿대질을 했다. 미쳤어? 신타로가 몸을 움츠리며 벽에 딱 붙어 저를 노려보았다. 아, 젠장. 잠시 보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나오면 그냥 둘 수가 없지. 쿠로하가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왜, 흥분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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