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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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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신] 39 [BGM] 하츠네 미쿠 - 39 세토는 제 앞으로 내밀어진 분홍색 꽃다발과 신타로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휘둥그레 떠진 눈은 감길 줄을 모르지. 그 표정이 어찌나 웃긴지, 애써 표정을 굳히고 있던 신타로의 입 꼬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고 그것을 가리기 위하여 축 늘어져 있던 손은 절로 입가로 향했다. 여전히 눈을 둥그렇게 뜬 세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인생은 주위를 중심으로 두고 돌아간다고 했던가, 이 정도나 되면 앵간 눈치 까고 꽃다발을 받으며 기억하고 있어줄 줄은 몰랐어요! 같은 반응이 나와야 할 텐데. 어지간히 제 인생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렷다. 어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챙겨주겠냐, 어? 튀어나오는 한숨과 웃음, 초록색 리본이 묶인 흰색 꽃다발을 ..
[세토신] 박아넣다. [BGM] 아라키 - ECHO "제 추리는 틀리지 않았어요." 발끝부터 서서히 몰려드는 싸늘함이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있다는 듯이 번뜩이는 호박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자신을 향해 있었다. 좋게 말하면 희열, 나쁘게 말하면 불안함. 머리 위로 눌어붙은 감정들은 길게 늘어져 연장선을 그리며 자신의 정수리부터 천천히 적셔가고 있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몸을 떨었다, 제 앞에 있는 이가 눈치 챌 수 없도록 아주 미미하게 몸을 떨어대며 입술을 짓씹었다.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연이어 몰아치는 질문은 별안간 그의 머릿속에서 태풍따위를 연상케 했다.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감정이라는 것에서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던 신타로로서는 속을 휘젓는 이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의심을 받고 있다, 그..
[세토신] 오늘은 내가 너의 위로가 되었다. [BGM] Rachel Platten - Fight song "물론 저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때는 있었슴다." 신타로는 제 앞에 선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뺨을 타고 흐르다 턱 끝에서부터 비가 내리는 것처럼 투두둑 투두둑 떨어지기 시작한 물방울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의 빛이 무색하게도 소년은 언제나처럼 눈을 휘어 웃고 있었다. 호박색의 눈동자가 천장에 달려 밝은 빛을 쏟아내는 전등과 눈에 맺힌 눈물 덕에 평소 저를 바라보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신타로는 숨을 삼킨다. 믿을 수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허나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그는, 이 세상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세토신] 방송 중 "신타로 씨, 좋아해요." 마이크를 꾹 붙잡고 내뱉는 말에 슬슬 웃음이 샌다. 제 앞에 놓인 종이뭉치를 한꺼번에 들어 책상을 두드림으로써 대강 정리를 마친 청년은 그것들을 자신의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채 천천히 넥타이를 잡고 살살 끌어내렸다. 쿵쿵, 몇 번이며 제 가슴을 기분 좋게 때려대던 심장이 식도를 타고 목의 중간까지 올라온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진다. 숨 막혀, 작게 중얼거린 말소리 사이에 90초 남았어~ 하는 장난기 가득한 청년의 목소리가 새어들었다. 아무래도 얼굴 붉어진 것 같지?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입술을 잘근거리던 신타로는 옅게 속닥거린다. 안 빨개졌어, 좀 닥치고 있어. 카노. 퍽 부끄러운 모양이었던지 속닥거리는 얼굴의 인상이 미미하게 구겨져 있었다. 10초 남았네! 하는 목소..
[세토신] 달걀과 병아리 중 닭이 먼저 래번클로 기숙사를 탑의 가장 꼭대기에 둘 생각을 한 인간은 필시 미친놈이 틀림없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꾹 눌러 애써 진정시키며 계단의 난간을 잡고 헉헉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신타로는 이제 땅에 고개를 처박을 기세로 숙였다. 회색의 돌 바닥이 바로 눈앞에 놓인 것처럼 가깝게만 보여서 금방 넘어질 듯 몸을 휘청거리다가 난간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준 소년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미친 모자 새끼‥‥. 이런 곳에 기숙사가 있으면 나는 좀 빼달라고! 거친 숨이 섞인 목소리로 쥐어짜듯이 뱉어낸 목소리가 곧바로 돌 바닥에 부딪혀 흩어진다. 젠장, 젠장, 젠장, 벌써 이 높디높은 탑에 발을 디디게 된 지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익숙해질 만도 한데,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욕을 씹어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
[세토신/쿠로신/카노신] 테스트용 1. 문득 스스로가 부허하다고 느꼈다. 어째서? 그것을 물어온대도 어찌 답할 도리 없이 그저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매번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애써 그것들을 떨쳐내려 애를 먹었으나, 그것은 쉽사리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었다. 음, 신타로는 천천히 숨을 삼킨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더라. 천천히 머리를 굴려 발단을 찾지만 떠오르지 않아서. 아, 기억력도 녹슬기 시작했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이후, 그러니까. 모든 것이 끝나서, 더는 능력이라던가 아니면 루프라던가, 총을 맞는 일이라던가. 그런 것들과도 이별을 고한 뒤로는 확실히 점점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 같은 게 힘들어져서. 그랬었지. 신타로는 짧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것을 물끄러미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세토신] "웃기죠? ‥‥그렇네요. 웃겨요." 키사라기 신타로는 저의 앞에서 밝게 웃으며 뺨을 긁적이는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푹,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신타로 씨, 이전부터 꿈이 있었슴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가슴 한쪽이 욱신거려서. 아, 죽어버릴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메인 목소리로 응‥‥, 뭔데?'라고. 그렇게 묻는다. 어떤 꿈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아! 그래요. 큰 사슴을 쫓아서‥‥, 숲 속에서. 동물 친구들과 친해지는 꿈이었슴다. 저는 그게 장래희망이었어요. 어린아이나 가질 것 같은 꿈이네. 제 말에 그런가요?' 하며 쑥스럽게 웃어 보인다. 신타로는 천천히 눈 뜨고, 저의 앞에 있는 소년을 눈에 새겼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이‥. 제대로 새겨놓지 않는다..
[세토신] 2016010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