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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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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타카] 넌 집에 안 가고 싶어? 날이 참 맑았다. 점심을 먹은 후라 그런가, 잠은 점점 오기 시작하고. 아니. 사실 점점 오기 시작했다는 말보다 반쯤 잠에 절어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이리라. 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헤드폰에서는 여전히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쿵짝쿵짝, 이런 정신 사나운 노래를 듣고 있으면서도 잠에 반쯤 절어있을 수 있다는 건 썩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까? 어디 잠을 가장 잘 잘 수 있는 사람에게 상 주는 대회 같은 게 있다면, 그런 직업이 있다면 평생 놀고 먹으며 돈까지 벌 수 있지 않을까 쓸데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그런 생각이 머리를 한 번 휘젓고 바람에 실려 창 밖으로 사라져간다. 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또 다른 소년, 코코노세 하루카는 제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
[하루타카] 죽은 사람의 소망 있지, 타카네. 만약에 내가 죽으면, 신타로와, 아야노와……. 모두 함께 와주지 않을래? 한 손에는 도시락을 싸들고, 한 손에는 마실만한 음료수를 들고, 그리고 한 손에는 돗자리를 들고.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겨주지 않을래? 나, 그렇게라도 다음에는 너희와 소풍을 가고 싶어. 멍청하게도. 하루카가 마지막까지 타카네의 작은 손을 잡고 했던 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종종 무엇을 하고 싶어, 어디를 가고 싶어, 타카네와 함께, 신타로와 함께, 아야노와 함께. 그런 것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그는 마지막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며 죽어간 것이다. 그런 모습이 하루카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째서 살아 숨 쉬며 온기가 있는 손을 맞잡고 그럴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녀는 괜스레 우울해..
[히스님/하루타카] 기억 어디선가 맡아본 적 있는 비릿한 향. 예의상으로라도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냄새가 하루카의 코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후각을 쉼 없이 자극한다. 이유 모를 두려움을 애써 저의 가슴속에 꾹 밀어 넣은 채, 소년은 천천히 눈을 떴다. 분명 저는 눈을 떴다고 생각했음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저의 눈이 멀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저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공간이 도저히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어둠으로 꽉꽉 메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소년은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저의 손에 끈적하게 묻어난 것을 바라보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의 손에 묻은 액체만은 뚜렷하게 보인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곧 그것이 무엇..
[히스님/하루타카] Good Morning ~ [BGM] 버벌진트(Feat. 권정열) - 굿모닝 코코노세 하루카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아주, 정말로 깊은 잠이었기 때문에 꿈 같은 건 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밤이었다고 생각했다. 저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천천히 잠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소년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진동하는 알람시계를 저의 옆에 누워있는 소녀가 깰세라 낚아채 버튼을 눌렀다. 끄으으~ 대략 7시간 정도를 누워있었던 저의 몸이 뻐근함을 토로하며 괜스레 머리 위로 쭉 팔을 뻗고 온몸에 힘을 준다. 그렇게 한참을 기지개로 시간을 보낸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밝은 햇빛이 침대 옆의 창문으로부터 서서히 흘러들어와 자신과 소녀의 몸을 적셨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그리 생각하며 하루..
[하루타카/신아야] '아무것도'의 범주 [BGM] 루시아(Feat. 짙은) - What Should I Do "하루카 선배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 신타로의 물음에 하루카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저가 되묻자 예, 좋아하는 사람이요. 그리 답하며 핸드폰에 닿아있던 눈길을 돌려 하루카를 바라본다. 삐죽삐죽 올라온 머리를 한 손으로 꾹꾹 눌러 정리하던 그는 곧 머리 옆으로 짧은 양갈래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장난스레 씩 웃는다. 예를 들어 이 녀석이라던가. 신타로의 장난기 다분한 말투에 하루카는 헉, 숨을 들이쉬며 손으로 입을 막아버리고는 아, 저, 신타로‥‥. 오해야‥! 힘없는 목소리로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그런 하루카를 지그시 바라보던 신타로는 곧 킥킥 웃으며 오해가 아니라 완전히 사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