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이병우 - A Tale of Two Sisters 'Epilogue'
"그래, 맞아. 내가 배신자야."
샐쭉 위로 비틀어 올라가는 입꼬리가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 네가. 신타로는 지팡이를 고쳐잡았다. 심장이 아려서 더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피가 터져 쓰라릴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고 눈을 감았다. 젠장, 젠장, 젠장! 어째서. 갖가지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마치 걸레를 쥐어짜는 것처럼 쿵쿵 뛰어대던 심장에 강한 고통이 몰려오며 꼬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서, 신타로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땅에 주저앉았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가라앉았던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고. 뺨을 타고 흐르는 것들이 야속해서 그는 고개를 숙였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친다. 많은 사람이 죽었어, 카노. 흐느끼듯 내뱉은 문장이 카노의 몸을 밑바닥으로 끌어당긴다. 그래, 알고 있어. 아무렇지 않은 양 툭 내뱉었음에도 미미한 떨림은 숨기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네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카노는 혀끝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말을 꾹 삼켜낸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신타로는 묻지 않는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어째서 그의 편으로 넘어간 것인지. 그래. 그것은 끝까지 악역을 유지해야하는 카노에게 있어서도, 사람들을 구하는 운명을 등에 진 신타로에게 있어서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둘 중 그 누구도 물러서서는 안 됐다. 둘 중 그 누구도 거짓으로 피를 흘려선 안 됐다. 카노는 지팡이를 들었다. 일어나. 신타로.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어. 넌더리를 치고 싶을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에, 미친 듯이 자책하며 몸을 떨어대는 자신을 비웃는 흔적조차 담긴 것 같은 목소리에 신타로는 침을 삼킨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해야 할 일이, 둘 사이에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신타로는 천천히 숨을 삼킨다. 미친 듯이 쿵쿵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눌러 잡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카노와 눈을 마주했다.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의 끝이 맞닿아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신타로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이겨! 이겨! 이겨!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 더는 아무도 죽게 하지 마! 신타로가 점차 몸을 움직이며 나아오기 시작하자 카노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시야에 들어오는 검은색의 선명한 눈동자가 잊히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믿고 있어, 혼자 있지 마. 그리 말하며 제 머리를 쓰다듬던 부드러운 손길이 잊히지 않는다. 카노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내둔 터였다. 카노는 입술을 씹는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이것이 마지막이야. 무어라 중얼거리는지도 미처 듣지 못한 채로 천천히 힘이 빠지기 시작한 초록색의 불빛을 바라보며 신타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끝내야만 했다. 끝내야만 했다! 마침내 불빛이 사그라지고, 자신의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오던 것이 카노의 몸에 닿았을 때 그는 입술을 씹었다. 퉁, 무언가 가볍게 튕기는 느낌과 함께 쓰러진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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