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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신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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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신타로] 존재를 인식한 후 그가 취할 행동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레알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들고 있던 붉은색 가위를 바닥으로 강하게 집어 던졌다. 내가 또 가위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건 그 씹새끼랑 대가리를 마주하고 있었다는 거고, 이번에도 다시 리셋되었다는 건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더 이상 하기도 싫고 귀찮고. 어떻게 못 하나? 심드렁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몸을 기울여 바로 뒤로 놓인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진 그는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어떻게 훼방 놓거나 하지 않고. 몸에서 내리는 본능적인 명령으로 고대로 받아들였다. 금세 눈앞은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어둠이 참으로 무서웠는데, 몇 번이고 이 좆같은 짓거리..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는 신타로가 나옵니다 신타로의 마음을 대신할 짤방이 필요했습니다. (신타로: 씨발) "오, 신타로 군. 마침 잘 왔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평소와는 달리 환한 웃음으로 저를 반기는 타테야마 켄지로를 병실의 입구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몸을 움찔거렸다. 뭐, 뭡니까. 평소와는 다르게. 일말의 불안함을 느끼며 눈을 끔뻑거리니 사내는 무슨 일이긴, 반가워서 그러지. 털털한 웃음을 흘리며 이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능청스레 손을 까딱거린다. 이것이 통 찝찝해서야.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천천히 켄지로에게 다가간 신타로는 고개를 돌려 푸른 담요를 덮은 채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이 든 환자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 환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간 자신이 했던 노력이 그저 물거품은 아닌 것만..
[키사라기 신타로] 승리하고 남은 것 [BGM] Akira Yamaoka - Promise (Reprise) "마왕을 물리쳤다!" 운동장에 모여있던 이들은 번쩍 팔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그렇게 바라던 이의 죽음, 더는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지 않을. 다치지 않은 어른들은 도망가는 반역자를 붙잡았다. 이제 신타로가 할 일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루카의 몸속에 숨어있던 이는 죽었으며, 그들을 따르던 이들 또한 굴복하게 되었다. 신타로는 들어 올리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리고 제 앞에 놓인 소년의 시체 한 구를 바라보며 입술을 씹었다. 마지막, 찰나의 순간 자신을 향해 그가 중얼거린 말은 무엇이었을까.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게 처참해서, 소년의 시체를 끌어안았다. 언제나와 같은 장난스러운 웃음은 온데간데없었다. 평소의 그와는 확연하게 다..
[키사라기 신타로] 잠깐 졸았던 것 뿐이야. 경쾌한 종소리가 교실과 학교 주변을 울리며 깊숙이 잠이 든 저를 현실로 끌어올린다. 신타로는 턱을 괸 채로 천천히 정신을 깨우며 눈을 뜨고 창문의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가방을 메고 잘 가! 내일 보자!' 같은 시시콜콜한 인사를 하며 서로에게 손을 흔든다. 아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이미 저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교실에서 신타로는 입을 벌려 하품을 한다. 저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햇빛에 선명히 깨어있던 정신이 다시 한 번 몸을 웅크리며 잠에 빠지려 한다. 어쩌면 이렇게 있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지 몰라. 그는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저의 옆에 걸려있던 얇은 실크재질의 하얀색 커튼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손을 잡고 나풀나..
[신타로+하루카] 크리스마스 선물 [BGM] Unbreakable Smile - Tori Kelly 하루카 선배. 코코노세 하루카는 병실 침대에 누워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응, 무슨 일이야. 신타로? 그렇게 물으며 방글 웃자, 저의 앞에 있던 소년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들고 있는 잡지를 휘적거리다 침대 위에 살포시 그것을 내려놓는다. 여름이 지나고, 벌써 가을, 그리고 겨울. 의외로 일찍 끝나겠거니, 했던 저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어찌어찌 연장전을 벌이고 있었다. 신타로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붉은 져지의 주머니 안에서 손바닥보다 반 마디 정도 큰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문지른다. 무얼 하는 걸까, 왜 불렀지? 하루카는 눈을 끔뻑거리며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진중히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 가령 상..
[키사라기 신타로] P T S D 키사라기 신타로의 꿈 속에는 언제나 붉은 색의 머플러가 옅게 아른거렸다. 웃는 얼굴로 제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소녀는 자신의 팔을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 신타로, 그리운 목소리의 소녀가 불렀던 것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이름을 외며 손을 끌어당기는 모습은 퍽 괴기스러워 온 몸이 식은땀에 푹 젖을 정도였으나, 그녀에게서 흐르는 사랑스러움에 밀쳐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키사라기 신타로 그의 상황이었다. 소녀는 저가 그토록 사랑했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붉은색 머플러, 그녀의 머리 오른편에서 빛을 내던 새빨간 머리핀, 검은 색의 세라복. 그리고 흩날리는 갈색의 머리카락.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마지막 날의 그녀가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그녀에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