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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는 신타로가 나옵니다










신타로의 마음을 대신할 짤방이 필요했습니다. (신타로: 씨발) 









 "오, 신타로 군. 마침 잘 왔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평소와는 달리 환한 웃음으로 저를 반기는 타테야마 켄지로를 병실의 입구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몸을 움찔거렸다. 뭐, 뭡니까. 평소와는 다르게. 일말의 불안함을 느끼며 눈을 끔뻑거리니 사내는 무슨 일이긴, 반가워서 그러지. 털털한 웃음을 흘리며 이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능청스레 손을 까딱거린다. 이것이 통 찝찝해서야.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천천히 켄지로에게 다가간 신타로는 고개를 돌려 푸른 담요를 덮은 채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이 든 환자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 환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간 자신이 했던 노력이 그저 물거품은 아닌 것만 같아서. 제게 주어진 능력이 그저 고통은 아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쁨이라 불리는 것이 혀끝으로 화하게 열이 되어 돌았다. 

  미미하게 웃음을 띤 얼굴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청년은 별안간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야, 뭐야. 네 녀석도 이제 의사가 다 된 모양이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고. 하며 낄낄거리는 것이 온화하게 일렁거리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도록 한다. 신타로는 짧게 헛기침을 하며 검은자위를 데굴데굴 굴려 자신의 앞에 선 사내의 시선을 받아치며 물었다.

 "그래서, 마침 잘 왔다고 한 이유는요?" 

 "그냥 만나서 반갑다는 게지." 

 "선생님이 절 그저 반가워하실 분은 아니신데." 

  아야노 문제도 있고. 끝에 중얼대는 것에 마치 정곡을 찔린 양 미묘하게 미간을 찡그리는 것이 보통 우스운 일이 아니었던지라. 샐쭉 웃으며 비웃음을 흘린 신타로는 곧 삐딱하게 고개를 들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데요?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으실 거 아닙니까.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거들먹대는 꼬락서니가 제법 얄미웠다. 당장 그것에 대해서 무어라 잔소리하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지만, 괜스레 쪼잔하게 보일까 애써 그것을 꽉 억눌러 담은 켄지로는 턱을 까딱거렸다. 

 "너, 총무과 가서 슈우야한테서 물건 하나만 받아와라." 

 "켁. 그걸 왜 저한테‥‥. 그 녀석이 저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이거 엿 좀 먹어보라는 의도 아녜요?" 

 "하하, 서얼마. 그럴 리가 있나." 

 "아뇨, 선생님이라면 가능하세요." 

  신타로의 말에 눈썹을 추켜세우며 못마땅히 그를 쳐다보던 켄지로는 곧 손을 들어 가볍게 신타로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잔말 말고 다녀오라면 다녀오는 게야, 알았어? 아, 알았어요! 다녀오면 되잖아요. 켄지로의 행동에 입을 삐쭉대던 신타로는 곧 허어. 숨을 터뜨려 내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분명 총무과는 1층이었지. 아, 이거 존나 귀찮다. 왜 직접 안 가고. 다소 짜증이 가득 담긴 투로 투덜투덜 내뱉어대던 신타로는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내려가는 버튼을 누른 채 그대로 벽에 기대어 투덜거렸다. 




 "키도, 카노 녀석 어디 갔냐." 

 "키사라기? 여긴 무슨 일로……. 카노라면 점심 사러 갔어." 

  총무과에 들어선 신타로는 곧바로 카노를 인상을 힘껏 구긴 채 주위를 둘러보며 카노를 찾았다. 키도의 말에 하순을 잘근거리며 불만스럽게 지그럭거리던 신타로는 곧 푹 한숨을 토해내며 이마를 짚었다. 오, 씨발. 신님. 꼴에 맞지 않게 중얼거리며 인생 다 산 양 허어, 허어어, 연신 숨을 쉬어대던 신타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키도는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리 물으며 한쪽 구석에 놓인 하얀색의 미니 냉장고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 신타로에게 건넸다. 고맙다. 제 앞에 놓인 콜라를 바로 받아 따 입으로 가져간 그는 꼴깍꼴깍, 시리지도 않은지 잘도 그것을 벌컥 이다가 곧 소리 나게 테이블 위로 반쯤 내용물이 날아간 콜라 캔을 올려놓으며 키도를 힐끔 바라보았다. 
 "젠자앙, 네 아버지 되는 사람이 카노 녀석한테 뭣 좀 받아오라고 시켜서. 근데 그 녀석이 없으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이잖아. 시간 없거든! 오늘내일 중으로 논문도 제출해야 한다고‥‥. 진짜 좀 봐줘라, 이러다 죽겠다." 

 "네 인간관계가 괜찮은지 한 번 돌아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시끄러……." 

  진지하게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며 허어어, 작게 숨을 터뜨리며 소파에 눕듯 몸을 주륵 미끄러뜨린 청년은 고개를 처박은 채 연신 한탄하다가 잇따른 키도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근데, 그 물건 말이다. 오늘 아침에 아버지가 직접 카노한테 받아가셨는데." 

  아 씨발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진심으로 인간관계를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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