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쿠로켄지] 고백하러 왔는데요









[BGM] 한희준(Feat.티파니) - QnA 









 "여기도 되게 오랜만인데." 

  쿠로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푸른 하늘 아래로 펼쳐진 넓은 운동장이 눈에 특히나 강조되어 드는 게 괜스레 향수병에 걸린 것 마냥 추억을 되새기게 만든다. 한 손에는 알록달록한 하얀색 레이스가 달린 붉은 리본의 꽃다발을 들고 있던 청년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신 후 걸음을 옮겼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하니 더욱이 익숙한 철조 물이 눈에 든다. 아, 이전에 저기서 장난 많이 쳤는데. 이제는 거의 녹슬어버린 철봉을 보며 낄낄거리던 쿠로하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날씨 한 번 딱 좋네. 괜스레 뿌듯함을 느끼며 그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익숙하게 교사 뒤로 돌아간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 어디쯤 있었는데. 한 바퀴 교사를 뱅 돌아 둘러보고 있으니 붉은색의 벽돌이 겹겹이 쌓인 벽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회색 철문이 보인다. 분명히 저쪽이 과학실의 뒷문이었지. 지난날 그렇게 들락날락하던 곳인데, 이렇게 졸업 후 찾으니 이건 또 기분이 묘하네. 씩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은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끼익, 녹슨 쇠의 기분 나쁜 소리가 제가 서 있는 공간을 울린다. 문을 반쯤 열었을 때, 쿠로하는 천천히 고개를 그 안으로 들이밀어 과학실 안을 쭉 훑어보았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어질러져 있는 것들 하며, 더러운 책상이 아주 그대로고만. 조금 놀라게 해줄까 싶어 들어가 숨을 곳을 탐색하고 있으려니 곧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너 여기서 뭐 하냐…?" 

 "‥다 좆 됐네." 

  쿠로하는 꽤 쉽게 수긍했다. 작전을 아무래도 잘못 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켄지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허어. 숨을 터뜨리며 내쉬고 뒤에 있던 꽃다발을 슬그머니 내밀어 켄지로에게 건넸다. 고백하러 왔는데요. 켄지로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담히 이야기하니, 켄지로는 허. 헛숨을 터뜨리며 눈썹을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