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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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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신/카게전력60분] 보라색 안개꽃=깨끗한 마음 [BGM] IA X ONE - CITRUS 난 좀 외로움을 잘 타는 놈이야. 신타로는 손에 들려 있던 보라색 안개꽃의 이파리를 하나씩 뜯어 바닥에 던져 놓는다. 저 멀리,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저를 바라보고 있던 청년은 소년의 말에 별안간 히죽, 입 꼬리를 올려 웃으며 묻는다. 그래서? 그래서, 라니. 그냥 그런 거야. 나는 외로움을 잘 탄다는 거. 사실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너. 쿠로하의 입 밖으로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전에 신타로는 그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오직 자신의 말만 들을 수 있도록. 숨을 한 번 들이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별로 다른 녀석들을 가까이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친구라고 해도, 결국 걔들이 채워줄 수 있는 외로움에는 한계가 ..
[쿠로신] 딜. 어쩌면 너도 나도, 다른 녀석들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침대 위에 엎어져 있던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꽤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쿠로하는 막 걸친 셔츠의 단추를 채우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고개를 돌려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이불로 둘둘 몸을 말고서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로 살짝 붙잡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모습이 어째서인가, 눈에 강하게 박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런 것은 물을 가치도 없었다. 몸을 섞는 행위에 연장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걸로 안심따위는 할 수 없다. 그래, 저 녀석에게는 아직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있는 셈이니까. 그래서? 그렇게 묻는 쿠로하의 목소리는 심드렁했다. 관심 없다는 느낌. 울컥하고 차오르는 것이 있을만..
[쿠로신] Like I'm Gonna loss you [BGM] Megan Trainor(ft.John Legend) - Like I'm Gonna loss you I'm Gonna love you. 따뜻한 바람이 뺨을 훑고 지나가며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마치 새하얀 천에 물이 드는 것처럼 미지근한 온기가 퍼져나간다. 신타로는 테라스에 간이침대를 두고 누운 채,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검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 재질의 둥그런 와인 잔을 손을 뻗어 잡아 들었다. 언젠가 녀석이 놀러왔던 날, 저는 상체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여 조절해두었던 것을 지금에서야 꺼내 쓸 줄이야. 당시 코웃음을 치며 지껄였던 것이 민망할 정도다. 그는 자세를 좀 더 편하게 조절하며 몸을 기댄 뒤 느긋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
[쿠로신] 날씨가 좋아서 머리가 아픈가보다 밖에 나가고 싶다 아,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바깥의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커다란 창문 바로 아래서 늘어진 나뭇잎의 그늘 밑으로 얼굴을 두고 햇빛을 피해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답지 않은 이야기지마는, 마치 사람을 바깥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간만에 신타로 또한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깐, 저가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에휴, 내 주제에 무슨 외출이냐. 그런 생각을 하며 뒹굴 몸을 굴려 팔을 쭉 뻗은 채 팔 위로 턱을 올려놓고 나른하게 눈을 끔뻑이고 있으려니 별안간 뒤에 놓인 소파 너머로 문이 달칵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날..
[쿠로신] 사랑하는 방식 [BGM] Against The Current - Water Under The Bridge 마치 누군가가 휘두른 금속 재질의 야구 방망이처럼 머리를 홱 치고 간 말의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에서 다소 퉁명스러운 얼굴로 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쿠로하의 노란 눈과 물끄러미 시선을 맞췄다. 자신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노랗게 빛을 내는 눈동자를 두렵게, 역겹게 여겼던 것은 언제의 일이었나. 그는 생각에 빠진다. 허나 깊게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곧바로 자신의 눈을 감싸는 핏기없는 차가운 손바닥에 그는 가볍게 몸서리를 치며 숨을 삼켰다. 뭐 하는 거야.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혹여 옅은 빛줄기라도 닿아올까 눈을 가늘게 뜨며 손을 들어 ..
[쿠로신] 헌팅 "저기, 저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 시간 좀 있어요?"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턱을 괸 채 조그마한 분홍색 입술을 달싹거리며 물어오는 것이 퍽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 일로 날씨가 좋다 했더니만, 다 이런 걸 위해서였나. 18년 모태솔로 인생에 새어들기 시작한 불빛을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이 모든 것을 축복해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신타로는 작게 숨을 삼켰다. 자, 진정하자. 키사라기 신타로. 여기서 당황해서 허둥거리면 오래간만에 찾아온 기회는 물거품이 되리라. 지난 몇 년간 쓰라린 아픔과 기억으로 꾸준히 배워왔던 모든 것을 여기서 쏟아부어야만 한다. 흥미 없는 사람처럼 부드러운 눈웃음을 짓는 여성을 가만히 바라보던..
[쿠로신] 움짤 진짜 왜 이렇게 무섭지 [BGM] Adam Lambert - Runnin' 그러니까 씨발 선택을 잘했어야지! 쿠로하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두 팔을 뻗어 신타로의 목을 꽉 잡아 벽으로 밀어붙였다. 벗어날 줄 있을 줄 알았어? 도망갈 수 있을 줄로만 알고 있었냐고! 숨통을 죄여오는 손길에 온몸의 세포가 요동치며 당장 숨을 들이켜 정신을 붙잡으라고 비명을 지른다. 그 본능에 자연스럽게 이끌려서,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듯 그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숨을 들이켰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어떻게든 살아야만 했다. 여기서 벗어나야만 했다. 이 좆같은 새끼 손에서 씨팔 놀아나게끔 되어서는 안 됐다. 컥, 커억, 컥‥! 축 늘어진 팔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자 모가지를 꽉 붙잡고 놓아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의 팔..
[쿠로신] 격양 [BGM] 하츠네 미쿠, 카카미네 린 - 여닌자지만 사랑이 하고 싶어 나는 씨발 네가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길 바랐어. 신타로는 눈을 부릅뜬 채 쿠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앞에서 흔들리는 총구가 심히 거슬려 참을 수 없다. 손을 뻗어 그것을 쳐내려 했으나 별안간 쿠로하가 팔을 접어 제 앞에서 총구를 치우는 바람에 그것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호오, 그래. 그 말은 내가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없다는 소리지? 신타로의 말에 쿠로하가 씨익 웃어 보인다. 웃음 집어 쳐, 이 씹새끼야.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네 녀석 목숨은 내가 쥐고 있다는 거, 아직도 눈치 못 챈 모양입니다. 그렇지? 허! 신타로는 숨을 터뜨린다. 지랄 났네! 네 새끼가 지금 당장 총 들고 내 대가리에 구멍 하나 뚫어버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