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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신] 격양









[BGM] 하츠네 미쿠, 카카미네 린 - 여닌자지만 사랑이 하고 싶어











  나는 씨발 네가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길 바랐어. 신타로는 눈을 부릅뜬 채 쿠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앞에서 흔들리는 총구가 심히 거슬려 참을 수 없다. 손을 뻗어 그것을 쳐내려 했으나 별안간 쿠로하가 팔을 접어 제 앞에서 총구를 치우는 바람에 그것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호오, 그래. 그 말은 내가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없다는 소리지? 신타로의 말에 쿠로하가 씨익 웃어 보인다. 웃음 집어 쳐, 이 씹새끼야.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네 녀석 목숨은 내가 쥐고 있다는 거, 아직도 눈치 못 챈 모양입니다. 그렇지? 허! 신타로는 숨을 터뜨린다. 지랄 났네! 네 새끼가 지금 당장 총 들고 내 대가리에 구멍 하나 뚫어버릴 수 있다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거든, 씨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헛웃음을 뱉어내니 그래? 더욱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꼬락서니가 퍽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렇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러나오는 증오를 꾹꾹 눌러 담은 채로 그는 물끄러미 쿠로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 네가 들고 있는 그 잘난 총으로 대가리 한 번 뚫어보지 그러냐. 니 좆같은 얼굴 보고 있는 것도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려고 하는데. 잘근잘근 입술을 씹어대던 신타로가 씩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보였다. 예상치 못한 레퍼토리, 뱀은 흥미를 느꼈다. 제 발끝부터 기어오르려 드는 것이 퍽 좆같은 것이 아니라서. 일순간 들고 있는 이 총으로 대가리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줄까 생각하던 청년은 손을 거두고 신타로와 시선을 맞췄다.

  뱀은 이런 감정을 무어라 칭하는지 알지 못했다. 붉게 물든 눈동자가 눈에 들었다. 마치 화마처럼, 그리고 몰려오는 파도처럼 별안간 제 몸을 쓸고 지나가는 감정에 심장이 울렸다. 둥둥둥. 꾹 닫힌 입술 사이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나는 네 녀석의 그런 정신을 숭고하게 여기고 있어. 혀끝에서 빙글빙글 돌던 말을 송곳니로 콱 씹어 부스러뜨린다. 그는 신타로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이윽고 그의 어깨를 꽉 눌러 잡으며 그대로 뒤로 밀쳐버린다. 강한 힘에 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신타로는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쿵! 격한 고통이 몰려온다. 멀지 않게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너도 참 지긋지긋한 새끼다." 

 "하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자, 어디 한 번 보여봐. 네 새끼를 죽일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봐." 

  질린다. 씨발. 샐쭉 웃어 보이며 신타로는 헛숨을 뱉어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