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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세토신] 방송 중
















 "신타로 씨, 좋아해요." 

  마이크를 꾹 붙잡고 내뱉는 말에 슬슬 웃음이 샌다. 제 앞에 놓인 종이뭉치를 한꺼번에 들어 책상을 두드림으로써 대강 정리를 마친 청년은 그것들을 자신의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채 천천히 넥타이를 잡고 살살 끌어내렸다. 쿵쿵, 몇 번이며 제 가슴을 기분 좋게 때려대던 심장이 식도를 타고 목의 중간까지 올라온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진다. 숨 막혀, 작게 중얼거린 말소리 사이에 90초 남았어~ 하는 장난기 가득한 청년의 목소리가 새어들었다. 아무래도 얼굴 붉어진 것 같지?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입술을 잘근거리던 신타로는 옅게 속닥거린다. 안 빨개졌어, 좀 닥치고 있어. 카노. 퍽 부끄러운 모양이었던지 속닥거리는 얼굴의 인상이 미미하게 구겨져 있었다. 

  10초 남았네! 하는 목소리 사이로 다시 한 번 미미하게 새어든 대답은요? 하는 목소리에 신타로는 이마를 짚고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나도 좋아하니까, 조용히 좀 해라. 목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VTR을 외치며 자신의 얼굴을 비치는 카메라에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예사와 같은 얼굴로 자신을, 아니.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카메라임이 틀림없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던가, 어쨌든 자신과 눈을 맞추기 시작한 신타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토는 씩 웃음을 흘렸다. 곧 인터뷰로 넘어갈 거예요. 



 "지금까지 뉴스룸의 키사라기 신타로였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가볍게 묵례를 한 신타로는 주위에서 수고했어요!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대로 몸을 기울여 데스크 위에 상체를 눕혔다. 허어어, 입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숨으로부터 기분 나쁜 단내가 나는 것만 같았다. 대충 옆에 놓여있던 CINN이라고 적힌 검은색 머그잔을 들고 기울인 그는 입안에 도는 쌉쌀함에 인상을 구겼다. 아, 오늘도 완전히 지쳤다.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삐죽거리니 별안간 카메라의 대각선 뒤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초록색 후드에 그는 손을 내저었다. 신타로 씨, 수고하셨슴다. 싱글벙글 웃음을 흘리는 꼬락서니가 괜스레 얄궂어 보여서. 입술을 쭉 내밀고 눈을 흘기며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제 손끝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까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머그잔을 들어 데스크 위에 올려놓은 채 데스크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춘다.

  입술을 삐쭉 내민 채 우두커니 세토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느긋이 손을 들어 세토의 뺨을 툭 쳤다. 너, 말이야. 방송 중에는 조금 자제해. 신타로의 퉁명스런 어투에도 그저 눈을 휘어 웃어 보이던 세토는 찬찬히 손을 들어 제 뺨 위에 올려진 손을 잡고 그대로 끌어내린 뒤 꼭 잡고 씩 웃었다. 

 "하지만 신타로 씨는 그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아서.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지고 좋아한다고 듣고 싶어져요. 그 시간의 신타로 씨는 제 거니까, 그게 좋아서…." 

  멍청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세토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청년은 반대쪽 손을 들어 그의 검은 머리를 살살 쓰다듬다가 그대로 상체를 일으킨 뒤 잡혀있던 손을 슬그머니 빼내며 몸을 젖혔다. 손에 닿아있던 것이 사라져 가자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던 초록색 후드의 청년은 데스크에 뺨을 댄 채 중얼거렸다. 

 "오늘, 술 살까요?" 

 "……네 표정을 보니까 그러기 싫은데." 

 "그러지 말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반짝반짝 빛내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 싫다. 신타로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처 가라오케 아니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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