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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카노아야] 멀어진다.















  밤을 가득 채운 찬 공기가 자신의 뺨을 훑고 지나갔다. 이렇게 싸늘한 밤 공기를 맞으며 걷고 있자면 그의 눈 앞에는 흐릿하게 그림자가 생겼다. 비록 보이는 것은 검은색으로 가득 찬 음영 뿐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색깔을 담고 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몇 년 전 눈 앞에서 죽어버린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은 이가 다름 아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는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을 쫓으며 좀 더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잡을 수 있다면 잡고만 싶었다, 나풀거리는 붉은 목도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그녀의 것이었음 싶었다. 허나 걸어도 걸어도,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겨도 손에 닿지 않는 그것이 서러워 곧장 걸음을 멈췄다. 아른거리던 목도리의 끝자락이 그의 걸음과 함께 멈추어 축 늘어졌다. 

  가로등 아래 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곧 슬그머니 어둠 속에 스며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어릴 적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환영. 그는 방금 전의 그것이 마치 그 이야기와도 같다고 느끼며 뒷목을 긁적거렸다. 쫓아도 쫓아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전부터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보다 더 처량하고, 아린 것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가볍게 걷고, 그가 사랑했던 이의 음영을 보고, 그것을 쫓다가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할 때마다 혀 끝에 씁쓸함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