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타레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늙은 아이들은 죽고, 마리 홀로 남았을 때. 라는 망상 100000% 이야기 ※
※ 망상 주의, 후편 있습니다 (* ' ' *)! ※
[BGM] Porter Robinson - Goodbye To a World
"미안해요, 마리."
"으응, 아니야, 괜찮아."
마리는 담가뒀던 물수건을 꺼내 천천히 세토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금방이라도 툭 끊어져 버릴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생명의 선, 그것이 마리의 눈앞에 아른아른 그려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삑삑삑, 세토의 심장 소리에 맞춰 시끄러운 기계음이 방 안을 울렸다. 하얀색의 침대 위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새삼스러워, 처음 만났던 그 날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새근새근, 잠이라도 든 것처럼 숨을 내쉬는 세토를 바라보며 괜스레 두려워진 마리는 세토의 이름을 불렀다. 세토. ‥네? 노인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린다. 마리는 고개를 숙여 엎드린 후 눈을 깜빡거렸다.
"있지, 그때의 일, 기억하고 있어?"
"그때의 일이라면‥‥."
"세토가 나를 처음 찾아와줬을 때 말이야."
노인은 제 말에 아아, 고개를 끄덕거리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기억나요. 그 말에 마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세토와 눈을 맞췄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이 너무나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상냥하고‥‥. 마치 언젠가 함께 보았던 잔잔한 바닷가의 노을과도 같아서. 괜스레 울컥하고 차오르는 걸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눈물로 내뱉어냈다. 마리, 괜찮아요? ‥자, 괜찮으니까. 울지 마세요. 괜찮슴다. 으응, 아니야. 안 울어, 정말이야. 절대로 속지 않겠지, 애써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빙그레 웃어 보이자 노인은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런가요‥‥. 죄송해요, 어쩌면 울고 있는 건 제 쪽일지도 모르겠슴다. 그리 말하며 씩 웃는다. 세토는 정말 예전과 다를 것이 없구나. 그렇게 느껴져서, 소녀는 응, 응‥. 연신 고개를 끄덕거린다. 노인은 작게 음, 하고 내뱉으며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 날의 기억을 되짚으며, 이야기하고, 웃으며, 팔을 뻗어 소녀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린다. 저는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슴다. 슬픈 일도, 나쁜 일도 많았지만‥‥. 하지만 저희, 분명 즐거웠으니까요. 함께라서. 그렇지요? 그렇게 물어오는 세토를 가만히 바라보던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인의 손길을 느끼며 소녀는 그의 무릎에 고개를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세토의 물음에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세토랑 자고 싶어. 저의 어리광 같은 말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런가요. 저도 오늘은 마리랑 자고 싶으니까, 그럼 함께 자요. 그리 말하며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새근새근, 조용히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은 그녀를 보니 이미 잠이 든 것 같다. 코우스케는 저의 옆에 있던 하얀색의 담요를 펴 소녀에게 덮어주었다. 미안해요, 옆에서 잘 수 있게 준비해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는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마리. 들리지 않을 말을 속닥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천천히 몸을 기대어 뉘인다. 죽음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일까. 누나와 신타로 씨도, 키도도, 카노도, 모모 씨도, 타카네 씨도, 하루카 씨도, 히비야도, 히요리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리고 그 사람도. 모두 이런 과정을 겪었던 걸까. 이런 감정을 느껴왔던 것일까.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너무나도 크다. 홀로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다. 하지만, ‥남기고 가는 사람의 고통도, 너무나도 크네요. 마리. 노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주 천천히. 어둠이 저의 머리 위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나가며 저를 집어삼키는 것이 느껴져, 아. ‥하지만 별로 무섭지 않아요. 분명 저 끝에는 빛이 있으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흐릿하게 저 앞에서 빛을 내는 것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또 만날 수 있어?"
제 말에 소년은 가만히 저를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듯 흐르는 말에는 아무런 확신도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리는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싶은 지경이었다.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혼자가 되어버리는 걸까, 또다시‥‥.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더는 혼자 두지 말아줘‥‥.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저의 앞에 있던 소년은 아니나 다를까, 장담은 할 수 없슴다. 하고 이야기하며 서서히 눈을 떴다. 소녀는 눈에 띌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혼자가 되는 것을, 혼자 남게 되는 것을,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날들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마리와 우리의 수명은 다르니까. 아마도 마리는 좀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가게 될 검다. 그리고 저는‥‥. 최대한 노력해보겠지만, 마리의 곁에 있지 못할 날들이 더 많을 거예요. 제 말에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꾸욱 감은 눈에 힘을 준다.
"하지만 말임다."
하지만 분명히. 세토의 이어진 말에 소녀는 귀를 틀어막은 손에서 천천히 힘을 뺀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며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릴 적의 저를 연상케 해서,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마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하지만 서로 믿고, 진심으로 바란다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모습이 오전의 연하고 부드럽게 피부에 닿아오는 투명한 햇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눈물에 젖은 뺨을 닦아내며, 억지로 힘을 주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꿈. 마리는 침대 바로 옆에 뚫린 커다란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에 눈을 찡긋거렸다. 이제는 몇 년 전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날의 일.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세토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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