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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카노신] 잠결의 끝자락에서













[BGM] 어반스페이스 - 그때 우린 (Guitar.ver)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카노의 물음에 신타로는 천천히 숨을 삼켰다. 무얼 그리 당당히 질문하나 했더니….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말이 이리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었던가? 가벼운 두통이 몰려왔지만 신타로는 애써 숨을 들이마시고, 지그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말에 담긴 의도를 고르시오. 보기 1번, 진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다. 보기 2번, 썅놈아 나가 뒤져라. 보기 3번, 씨발 존나 좆같은 새끼 보기 4번, 한 번만 더 깝치면 죽여버린다. 와, 이거 아무리 봐도 전부 다 같은 말인듯싶은 것이. 서서히 눈을 뜬 신타로는 천천히 카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신타로가 눈을 감은 그 순간, 카노는 그를 보며 진짜 졸렬한 병신인가 싶었다. 제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지그시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 누가 보아도 생각 깊고 현명한 사람인가 싶어 토끼가 치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때까지 꼭 지가 옹졸한 병신이라는 티를 내야 하나 그런 기분도 든다. 카노는 물끄러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신타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아까부터 존재하긴 했지만, 극도로 깊어진 정적에 귀가 울린다.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는 턱을 괴고 말해서 뭐 하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바로 앞에 있던 머그잔으로 손을 뻗었다. 얇은 손끝으로 가볍게 머그잔의 손잡이 부분을 들고 천천히 입술에 대고. 그리고 그것을 기울여 천천히 흘러나오는 달콤한 액체를 받아마시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신타로는 이윽고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카노는 여전히 잔 아래에 가득히 고여있는 갈색의 액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척하며 눈을 뜬 신타로를 흘끔거렸다. 소년은 저를 바라보며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청년을 흘끔거리다 여전히 잔에 입을 대고 짧게 혀를 찼다. 언젠가, 아‥‥. 그래, 신타로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물론 저 인간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마는, 저는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때도 지금과 다름없이 병신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눈동자를 굴리니 저의 행동에 슬슬 초조해진 양 야, 하고 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눈에 띄어서 카노는 이쯤이면 됐나.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청년은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켠 그는 입술을 달싹거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제?" 

  그렇게 깊게 무엇을 말할까 하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 겨우 언제. 카노는 허, 작게 숨을 터뜨렸다. 이윽고 웃음을 터뜨리며 배를 부여잡고 낄낄거리다 완전히 소파 위에 엎어져 바닥을 치고 웃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제 딴에서는 미친 듯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거늘 아주 짓밟다 못해 자존심을 풍선 터뜨리듯 손으로 눌러 잡고 터뜨려버리니 가슴 한쪽이 시큰거린다. ‥‥웃지 마. 신타로의 뚱한 표정과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음을 흘리던 카노는 곧 하아~ 하고 옅게 숨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켜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깊게 바라보고 있자면 언젠가 만났던 사나운 검은색 고양이가 떠오르는 눈이 반쯤 휘어져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입꼬리는 귀에 걸릴 듯해서 히죽 웃음을 흘리며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깝고 언짢아서 그는 아~ 작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진짜 뭐냐고‥‥.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한 대답을 저렇게 비웃어도 괜찮냐고‥. 카노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홀로 꿍얼거리며 큼. 작게 헛기침을 하고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푹 숙여버리니 곧이어 옆에서 큭큭 대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그만 좀 웃자‥‥. 한탄 섞인 목소리로 뱉어내니 얄미운 녀석은 아아~ 알았어. 라고 느긋하게 답하며 그대로 소파에 몸을 젖혔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깊은 정적이 그와 제가 자리하고 있는 공간을 메꿨다. 언제쯤 깨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있으니 아무래도 온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나 잘 테니까, 깨우지 마. 그렇게 말하니 우와, 재미없어~ 라고 비꼬는가 싶더니 이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른 애들 오면 깨워줄게. 하고 답한다. 

  ‥‥정말로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신타로의 머리로 그런 물음이 스쳤다. 눈을 꾹 눌러 감고 있으니 앞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이 없는 어둠뿐이라. …조금 싫다고 생각했다. 밀려오는 여러 가지 기억을 애써 해치며 그는 팔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이윽고 안정적인 숨소리가 들렸다. 편안한 잠을 자는 모양이지, 하여간 눈치는 더럽게 없는 자식.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까딱거리던 카노는 들으라는 듯 아~ 하고 탄식했다. 아마 깊은 꿈나라에 들어서 저가 이렇게 푹 한숨을 내쉬는지도 모르겠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이 녀석은 언제나 그랬지, 언제나. 누나 옆에 붙어있을 때도, 누나의 장례식장에 왔었던 그때도,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묘한 기분이 일었다. 파도처럼 일렁일렁 다가와 저의 온몸을 포근하게 덮는 이 감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아, 최악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신타로를 노려보던 카노는 그의 모습을 눈에 깊숙하게 새겼다.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짓을 생각하며 자는 척 아냐? 그리 물으며 옆을 기웃거렸음에도 여전히 들리는 것이 숨소리 하나뿐인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만 같았다. ‥‥‥. 

그는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언제부터 죽여버리고 싶었는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그 한 마디면 충분할 텐데.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야속해서, 아아. 너는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그리 이야기하며 카노는 느긋이 몸을 일으켜 신타로에게 입을 맞췄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멀어지는 소리에 신타로는 꼴깍 침을 삼켰다. 정작 그리 말하며 입술을 맞댄 소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본래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뒤로 몸을 기대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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