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좀 떨어져 걸어라. 네 새끼 때문에 창피해 하는 거 안 보이냐?"
"우왓, 신타로 씨. 아무래도 주변에 사람의 말을 하는 개가 있는 것 같슴다. 개소리가 들림다."
"자기소개 잘하시네."
제발 둘 다 닥치고 꺼졌으면 좋겠다. 신타로는 침착하게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끄응, 작게 신음했다. 존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양옆에 서서 제를 사이에 두고 꽥꽥거리기 시작한 둘의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 그보다 더 곤욕스러웠던 것은 쉴 새 없이 떠드니 의아함을 느끼거나,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하거나, 심지어 버스에 앉아 익숙한 만화의 BL 동인지를 들고 눈을 반짝이며 저희 셋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었다. 시끄럽다고 소리 한 번 지르면 곧장 조용해질까. 별안간 생각했지만, 그런 쓸데없는 짓에 힘을 쏟고 싶지 않았음으로 그저 입닥치고 내 길 가기로 했다. 닥치고 무시하다보면 알아서 지들 분수를 깨닫지 않을까. 그것이 신타로의 아주 자그마한 기대였으나 그것은 곧 대학교 정문에 다다라서도 여전히 떠들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에 산산조각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와, 씨발. 니네 진짜 시끄럽거든?! 결국, 참다 참다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신타로가 얼굴을 붉혀가며 버럭 소리를 쳤다. 저들의 옆을 지나쳐 정문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학생들의 눈이 일순간 자신들에게로 쏠린 것을 신타로는 알고 있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두 새끼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린 후 유유히 교실로 걸어 들어가 평소와 같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그것에 대한 신경은 잠시 꺼두기로 한 채였다.
신타로가 씩씩거리며 그들을 향해 삿대질을 한 채로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 앞에 서 있던 쿠로하와 세토는 잠시 표정을 굳히며 저를 바라보았다. 곧 꾹 입술을 다무는가 싶더니 이내 기다렸다는 듯 서로 코웃음을 치며 서로를 향해 눈을 흘겼다. 거보십쇼, 신타로 씨도 댁 면상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임다. 아니, 내 면상보다는 네 상판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야. 야, 뭐 해. 주먹으로 한 대 갈겨. …이 씨발 답없는 새끼들. 가만히 두 청년을 바라보고 있던 신타로는 이윽고 허, 작게 헛숨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끊어 허, 허, 허, 몇 번이고 헛숨을 터뜨리다가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씨발. 개새끼들을 놓고 사람의 언어로 대화하려고 했던 내가 병신이지. 이건 확실한 판단 미스였다. 신타로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채 푹 숨을 뱉어내다가 머리를 굴렸다. 도대체 이 새끼들을 내 인생에서 떼어놓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있을 리가. 그래, 이 새끼들은 어떤 껌딱지보다도 질긴 새끼들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정문 안으로 향했다. 어차피 뭘 해도 떨어지지 않을 새끼들이라면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러자.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하지 않겠다 굳게 마음먹으니 울렁이던 마음이 한 층 평온해진 것이 느껴졌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싸그리 무시한 채로 느긋이 걷다가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을 쫓았다.
"하루카 선배!"
다시는 오전에 나오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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