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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신아야] 마지막 파일입니다.









[BGM] Abstract (ft. RoZe) - Radio














  거슬려. 신타로는 방 안을 울리기 시작한 소리에 숨을 토했다. 있지, 신타로. 신타로는 나중에 크면 뭐가 되고 싶어? 뭐가 되고 싶으냐니. 그런 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데? 하지만 신타로가 되고 싶은 게 있다면 궁금해져서. 물어봐도 괜찮아? 지긋지긋하도록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소년은 눈을 감는다. 도대체 언젯적 일이더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하지만 떠오르는 건 없다. 그는 느긋이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녀가 불었던 풍선, 언젠가 그녀가 선물했던 작은 반지,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제게 들이대기 시작한 작은 녹음기!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앞에서 그녀의 모습으로, 그녀의 형체로, 붉은 머플러를 흔들거리며 제게 손을 펼쳐 보인다. 저기, 신타로 있잖아! 연신 옆에서 외쳐대는 것이 거슬려 참을 수 없다. 

  제발 좀 닥쳐! 신타로는 앞에 있던 물건들을 내려쳐 구석으로 모두 밀어버렸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썩어 문드러진 감정을 토해내며 그는 상체를 숙인다. 심장을 꽉 부여잡고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그저 느끼며 다시 한 번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윽고 눈을 휘어 웃어 보이며 손을 내미는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미칠 것 같아, 아야노, 아야노, 아야노. 몇 번이고 똑같은 이름을 부르고, 외쳐대며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혀를 타고 식도를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 모든 감각이 지금 당신은 살아있고 당신이 마주한 것들은 모두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 좆같아.그저 그래, 그렇구나, 그렇게 넘길 수 있는 문제야? 그는 무릎을 감싼 채로 천천히 눈을 감는다. 제발……. 옅게 방 안을 울리는 소리가 혐오스럽다. 


  타테야마 아야노는 키사라기 신타로가 사랑했던 여자아이. 얼마나? 검은 후드를 입은 아지랑이 비스름한 것이 손을 흔들며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려 묻는다. 신타로는 숨을 삼켰다. 글쎄, 얼마나? 끝까지 모르는 척하는 꼬락서니가 참 우습네. 그렇게 하면 네가 가진 그 마음조차도 없는 게 될 줄 알았어? 낄낄거리는 것이 퍽 고깝고 재수가 없으려니까. 신타로는 사납게 눈을 치켜뜨고 마치 먹이사슬 위에 있는 것을 경계하는 한 마리의 동물처럼 작게 뒷걸음질 쳤다. 그래, 언제나 이 좆같은 자존심이 문제였다는 것 정도는. 꽉, 손바닥에 다듬지 않아 제멋대로 길게 자란 손톱의 자국이 남을 때까지 신타로는 주먹을 쥐었다. 하! 작게 숨을 터뜨려 헛웃음을 지으니 상대방은 그저 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 네 말대로. 나는 타테야마 아야노를 좋아해, 그리고 씨발 놓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이제까지 많은 것들을 놓쳐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는! 됐다고, 신경 끄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 멋대로 들어왔으면서, 멋대로 나를 자기 인생에, 내 인생에 자기를 넣었으면서, 씨발 이렇게 날 두고 가면 나는 어쩌라는 거야. 

  신타로는 버럭 소리를 친다. 맹렬하게! 거세게! 그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소리쳐야만 했다. 더 이상 나보고 어쩌라고‥‥. 분노가 담긴 것이 서서히 누그러지며 하나의 울음소리로 바뀌어 방 안을 조용히 울렸다. 우스워, 우스워, 우스워. 우스워서 참을 수 없어. 이렇게 만들었던 건 처음부터. 그는 범인을 안다. 그녀를 죽인 범인을 안다. 그건 명백한 타살이었다. 그래, 씨발. 

  신타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책상 앞으로 걸어가 연필꽂이를 뒤졌다. 연필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아니, 아니, 아니. 안 돼. 그걸로는 안 돼. 좀 더 단단한 것으로, 좀 더 딱딱한 것으로, 좀 더! 좀 더! 날카로운 걸로. 손에 남는 생채기는 미처 보지 못한 채 급기야 상자를 뒤집어엎어 날카로운 것을 찾는다. 붉은색의 손잡이, 그리고 길게 뻗은 날붙이. 가위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저기, 아야노.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모르겠어. 단 한 번도 죽어본 적 없으니까. 

  지금 거기로 갈게. 널브러진 시체의 후드 주머니, 가장 마지막 파일에는 그렇게 녹음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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