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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카노신] 사랑과 전쟁







우데기 님의 고양이 카노와 토끼 신타로를 소재로 썼습니다‥‥.

맞짱뜨는 고양이와 토끼가 없어서 고양이+토끼 같은 짤로 가져왔습니다 ^ ^ 

[BGM] David Benoit - Feelin' It









"얼마 전에, 주인님이랑 단둘이 있었지?" 

  움찔. 카노의 말에 신타로는 눈에 띌 정도로 몸을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무, 무무, 무슨 말이람. 주인 빠돌이 같은 녀석, 언제 또 그걸 본 거래.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차마 양심에 찔려 아니라는 말은 할 수 없고 부정의 뜻이 담긴 말을 툭 내뱉으며 손사래를 치니 고양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흐응, 그래? 그렇게 되물을 뿐이다. 그리고 유유히 검은색의 긴 꼬리를 흔들거리며 자리에 누워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신타로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휴우,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까지 경계하던 녀석들이니,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저 녀석은…. 하는 짓은 완전히 속 넓은 고양이 같지만 은근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타로는 별 탈 없이 별안간 고개를 푹 숙이고 잠을 청하는 듯 보이는 카노를 바라보며 안심했다. 신타로는 하얀 털로 뒤덮인 미미하게 분홍빛이 도는 큰 귀를 쫑긋대다 눈을 찡긋 대며 고개를 돌렸다. 얼마 전, 주인인 아야노와 함께 있었느냐는 카노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그거 내가 그러고 싶다고 한 거 아니고! 별이 잘 보이는 곳에 누워있고 싶어서 창문 앞에 가만히 별을 보며 앉아있으니 잠시 물을 마시러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은은하게 따돌림을 당하던 것을 눈치를 채 신경을 써준 것인지. 방 밖으로 나온 주인이 제 옆에 앉아 여러 가지 말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걸 명백히 제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신타로는 연신 숨을 터뜨려 내쉬었다. 카노가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모두 발견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잘 넘겼다는 안도감에 휩싸여 가만히 창문 밖을 바라보기 시작한 그는 별안간 궁둥이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몸을 벌떡 일으켜 두세 걸음 앞으로 뛰었다.

 "으악! 뭐야?!" 

 "아, 미안. 실수했다~" 

  아니, 죄송하지만 웃고 계십니다. 실수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뻔뻔한 얼굴 아냐? 목 끝까지 그런 말이 홱 차올랐지만 신타로는 침착할 줄 아는 토끼였다. 침을 꼴깍이며 숨을 삼킨 그는 천천히 카노를 훑어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후드를 꾹 눌러쓴 채로 저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얼굴이 마치 무언가 아는 것이 있다는 듯해서. 아, 젠장. 너 아까 나한테 물어본 게 그냥 물어본 게 아니라 알고 물어본 거였냐! 아, 오, 젠장. 신타로는 작게 신음을 토했다. 축축한 엉덩이가 꽤 신경이 쓰였지만, 그것보다 더욱더 신경 쓰이는 것은 솔직히 앞으로의 안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