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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각

해리포터

 

 

 

 

 

 

 

 

 

 

 

그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자신의 형제인 시리우스 블랙의 편지에 역겹다느니, 좋아하지 않는다느니, 얼굴을 보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너무한 말들을 담담하게 적어내고 자신의 부엉이에게 그것을 물려줌으로써 위대한 블랙 가 두 아들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끝내려던 참이었다. 그는 부엉이가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의 꼬리털조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즈음 지평선 너머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불그스름한 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을 마치 제 땅인 듯 장악하고 있던 퍼렇다 못해 다 타고 남은 재처럼 시커먼 하늘을 밀어내고 마치 물 위에 잉크를 떨어트리듯 순식간에 자신의 색으로 하늘을 덮어내는 햇빛은 참, 아름다웠다.

레귤러스는 괴이하게도 이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니, 이 시간에 하는 그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자신의 얄미운 형에게 편지를 쓰는 행동도 부끄럽지만 언젠가 그토록 사랑하게 될 여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는 것도, 사랑하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는 것도……. 그것이 어떤 행위이며 어떤 목적을 담고 있는가는 상관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 어두운 밤하늘을 밀어내는 새벽의 햇빛이 넌 지금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그는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느리게 눈을 끔뻑거리며 지켜보다가 한 가지를 눈치 챘다. 끼익, 끼익, 끼익, 예민하게 신경 쓰지 않는 이상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소리가 문 너머 밖으로부터 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아주 작은……것의, 발소리? 레귤러스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몸뚱어리의 방향을 틀어 창문의 턱을 잡고 몸을 기댄 채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한 그는 머리를 굴리며 한참이나 마룻바닥을 밟으며 걸어오기 시작한 것의 정체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발소리를 내며 마룻바닥을 밟고 걸을만한 이는 레귤러스가 알고 있는 내에서는 오직 집 요정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자신보다 커다란 사람예컨대 자신의 어머니라면 이렇게 작은 소리를 내며 마룻바닥을 밟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좀 이상하네, 집 요정은 분명 걷지 않고도 여기까지 올 수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그의 호기심이라는 것은 더는 그가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도대체 무얼까,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레귤러스의 머리는 더욱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코 그 발소리가 웅장하기 그지없는 초록색 깃발, 영롱한 빛을 내며 자신의 위엄을 뽐내고 있는 슬리데린의 깃발이 매달린 짙은 갈색 빛을 띠고 있는 고급스러운 나무문 앞에서 멈추었을 때.

! 그는 입 밖으로 소리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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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0)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