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하루켄지]













 "어, 혹시 타테야마 켄지로 선생님이세요?" 

  이윽고 선생님, 여기서 뵙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하는 소년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켄지로는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얀색 코트를 대충 여미며,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어디서 만났더라? 제 물음에 하루카는 그제야, 아! 작게 소리를 내고는 아마 선생님은 절 모르실 텐데……. 하고 눈꼬리를 휘어 웃어 보인다. 그랬구먼, 그래서 생각이 안 났던 게야. 켄지로는 뒷목을 긁적거렸다. 아아, 그렇군. 그래서….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하루카는 곧 아, 안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저에게 건넸다. 켄지로는 그것을 받았다. 그저 팬일 뿐인가? 소년의 이름이 적혀있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특이하게도 거기 적혀져 있는 것은 업계에서 꽤 유명한 소속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일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에 켄지로는 아. 작게 소리를 냈다. 

 "그, 이번에 새로 데뷔했다던…, 코코노세 하루카. 맞지?" 

 "엇, 저를 알고 계셨네요‥?!" 

  맞췄나, 켄지로는 작게 숨을 터뜨려 내쉬었다. 그래, 당연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지.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이지? 켄지로의 물음에 하루카는 금세 얼굴을 붉히며 앗, 소리를 내고는 뺨을 긁적거린다. 별로 인기몰이라고 할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꽤 겸손한 타입의 녀석인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드니 절로 손을 들어 하루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은 켄지로는 나긋이 입을 열었다. 그래, 앞으로도 잘해다오. 그쪽 사장과는 안면이 있는데, 꽤 까다로운 여편네거든. 어찌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제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좋아서, 하루카는 눈을 휘어 웃어 보였다. 살살 머리를 두어 번 쓸어주던 켄지로는 곧 손을 거둬들였다. 근데, 나는 무슨 일로 찾은 게야? 켄지로의 말에 하루카는 까먹고 있던 것을 기억해낸 듯 옆으로 매고 있던 검은색 가방에서 종이 한 장과 펜 하나를 꺼내 내민다. 저희 엄마가 선생님 왕팬이셔서…! 괜찮으시다면 사인 부탁드려요! 

  꽤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하루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켄지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걸 위해서 불렀던 건가. 아아, 그럼. 물론이지. 그리 말하며 손을 뻗어 종이에 천천히 선을 그어나가던 그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하루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머님이 몇 년생이셔? 제 물음에 눈을 빛내며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라, 그건 왜요? 나랑 별로 나이 차 안 날 것 같아서. 그리 말하니 몇 번 눈을 끔뻑거리던 소년은 방글 웃어 보였다. 

 "에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죠~ 아! 그러고 보니 저 임신하셨을 때 선생님이 나온 드라마 보셨다고 했는데!" 

 "……그, 그러냐…, 하하……." 

  아, 왠지 침울해졌다. 가슴 속에서 묘한 기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라니…. 눈길을 돌려 힘없이 사인을 적어낸 펜의 뚜껑을 닫고 그것을 그대로 하루카에게 건넸다. 큼, …어, 어쨌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려라. 어째서일까, 묘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아서 켄지로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