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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기타

[세하+슬비]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라는 것은 어렵네." 

 "엥?" 

  아르바이트? 게임기를 들고 있던 이세하는 갑작스러운 이슬비의 발언에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얼빠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무언가를 고민하는 그녀를 흘끔거리던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게임기를 돌아보자 게임 오버, 검은색 화면에 하얀색 잉크가 묻은 것처럼 흘러내리는 효과를 한껏 먹인 것이 눈에 들었다. 아, 죽었잖아!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아아, 보스전이었는데……. 길게 탄식하며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흥, 그놈의 게임. 그만하라는 뜻이야. 그런 세하의 모습에 한껏 코웃음을 친 슬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책임 전가하는 모습이 한심하지 않니, 이세하? 아씨……. 

  정곡을 찌르는 슬비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게임기에 몇 번이고 툭툭 이마를 박아대던 그는 곧 저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리스타틀을 누른다. 이윽고 20분 전에 뛰어넘었던 스테이지가 다시 보이자 그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며 게임에 집중하는 듯 하다가 곧 슬비를 흘끔거리며 입을 열었다.

 "근데 무슨 아르바이트? 네가 설마 아르바이트를 할 리는 없고." 

 "요즘 하고 있어." 

  게임 시작한 지 몇 초 만에 게임 오버를 맞은 건 또 처음이었다. 요즘 하고 있다?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아르바이트를 할 리는 없고. 그다음에 들어오는 요즘 하고 있다! 라는 것은 아무래도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라는 말이 맞겠지? 네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고개를 돌려 슬비를 바라본 세하는 곧 허. 하며 숨을 내뱉었다. 천하의 이슬비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아니, 애초에 생각할 수도 없잖아! 미묘하게 인상을 찌푸린 세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슬비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좀 더 협동심을 길러보라고 제안받은 거야. 그리 이야기를 한다. 

  아,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지. 일순간 싸한 기분에 짓눌리던 세하의 등이 뒤이은 슬비의 말에 허하게 풀리며 절로 아~ 하고 소리를 낸다. 허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돌리자 다시 보이는 화면에 그는 곧바로 이마를 짚었다. 아, 또 죽었어…. 투덜거리며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턱을 괸 채 슬비를 바라보던 세하는 곧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어려운데? 그런 물음을 받으니 역시나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래, 천하의 이슬비가. 그것을 보고 옅게 미소 지은 그는 사람 대하는 거? 주문받는 거? 그리 물으며 한두 번 떠보니 이내 작은 입술을 우물거리다 슬슬 말을 터기 시작한다. 

 "일을 하는 이유는 배우기 위해서니까, 그다지 돈은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거절했더니 그럴 수는 없다고 억지로 손에 쥐여주셔서…." 

  얘 지금 뭐라냐. 눈을 가늘게 뜨고 슬비를 바라보던 세하가 허, 숨을 터뜨리며 코웃음을 쳤다. 

 "야, 야. 그건 아니지…. 너 멍청이냐? 만약에 네가 사장이고 나 같은 직원을 고용했다고 생각해 봐." 

 "해고." 

 "아니 아니,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라고." 

 "해고." 

 ……이야기를 말자. 눈을 지그시 감고 이마를 짚은 세하가 무릎에 고개를 처박은 채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렇게 글러먹었냐?" 

 "응."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날아오는 답변에 그래, 역시 이야기를 말자.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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