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Abstract - Neverland (ft. Ruth B) (Prod. Blulake)
저기, 신타로 군은 말이야. 피터 팬이 존재한다고 믿어? 카노 슈우야는 읽고 있던 문집을 그대로 접어 홱 테이블 위로 던졌다. 얼마나 읽어댄 걸까,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책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신타로는 눈길을 거두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피터 팬인가,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밤 모모와 나란히 침대 위에 누워서 엄마가 옆에서 읽어주는 것을 듣고는 했다. 그때 켜두었던 전등의 빛은 지금까지도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신타로는 무미건조하게 카노의 말에 답했다. 어릴 적에 엄마가 많이 읽어주기는 했어. 그리 툭 내뱉으며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하니 은은한 전등의 빛은 어디로 가고 날카롭게 눈을 찔러오는 환한 불빛이 있을 뿐이다.
신타로는 눈을 찡긋 대며 눈꺼풀을 닫으려 했다. 눈에 깊숙하게 박혀오는 것이 마치 유리조각을 꽂아넣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동시에 누군가가 머리를 한 손으로 꽉 움켜잡은 채 서서히 조여오는 것만 같은 두통 또한 밀려오는 것이. 신타로는 작게 신음하며 고개를 숙였다. 카노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그 역시 무미건조한 어조로 헤에, 그렇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린다. 너,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 별로 관심 없었다는 듯 대답해오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리니 하지만, 내가 했던 질문은 그쪽과는 관계없었잖아? 하고 되받아치며 묻는다. 그런가. 신타로는 의외로 깔끔하게 수긍했다.
신타로를 바라보는 카노의 눈이 둥글게 휘며 곡선을 그린다. 카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신타로는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을 잇기 시작한 카노에 의하여 그는 숨과 함께 말을 삼켜냈다. 있지, 나는 피터 팬이 존재한다고 믿어. 카노의 말에 신타로는 참고 있던 숨을 터뜨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내가 말이야, 왜 우스워? 그리 말하며 제게로 시선을 돌리는 카노의 눈에는 꽤 진심이 담겨져 있어서. 그는 더는 웃지 못하고 그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제 앞에 있는 소년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카노는 얇은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반쯤 감겨있던 눈을 서서히 떴다.
"우리는 지금 피터팬에게 잡혀있는 고아들 같은 거야."
"그게 뭐야‥."
"우리는 영원히 늙지 않아. 신타로 군."
신타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얼굴을 받치고 있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져 추욱 늘어짐에 따라 신타로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카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거기에는, 그래. 확실하게. "나는 오직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신타로는 몰려드는 두통에 윽, 작게 신음하며 머리를 숙인다. 두 손으로 머리를 꾹 눌러 잡고 아, 아아‥. 작게 신음을 토해내고 있을 뿐이다. 두통이, 울려서, 소리가, 천천히, 빠르게, 가서, 지나, 기억이. ……마치 끊겼던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그거 의외네, 나도 그런데. 나눈 적 없는 수많은 대화들. 마치 누군가가 임의로 기억을 헤집고 나열해둔 것 같이 위화감이 드는 기억들과,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본 적 없는 거리.
아, 아아. 아. 신타로는 입술을 꾹 깨물고 신음했다. 젠장, 젠장, 카노…. 이거 아무래도 몸 상태가. 몸 상태가 이상한데. 옆에 앉은 소년을 찾으며 그는 손을 휘젓기 시작한다. 저기, 카노……. 간절하게 찾았음에도 아무도 답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자신에게 닥쳐온 상황에 의문을 느끼며 신타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약을 좀. 약을! 흐느끼듯 다문 입술 사이로 뱉어내며 신타로는 아! 아. 연신 신음했다.
"신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처럼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소년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타로는 인상을 구겼다. 공간을 울리며 귀에 와 닿는 소리가 마치 어릴 적 제 여동생의 손을 잡고 모험했던 지하 주차장을 상기시킨다. 음침하고, 어둡고, 두렵고. 그래, 두려움. 그는 지금 이 순간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움직일 수 없어. 도망가고 싶어. 도망가고 싶어. 제발 도망가게 해줘!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내지르며 일순간 영혼을 끌어당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볼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정신을 끌어올려 번뜩 눈을 떴다.
카노. 중얼거리듯 이름을 부르자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고 있던 소년의 얼굴이 흐릿해짐과 함께 붉게 부어오른 입술 위로 마치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열이 나기 시작한다. 그는 그것이 카노라는 소년의 입맞춤으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신타로는 손을 뻗어 카노를 끌어안았다. 맞부딪히던 입술이 서서히 떨어짐에 따라 서로의 타액이 엉겨 붙어 옅은 실처럼 늘어지기 시작한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신타로는 다시 무언가에 홀린 듯 눈을 감았다.
‥‥‥찬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그는 느긋이 눈을 떴다. 제 손끝에 엉겨 붙어있는 피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붉은 져지의 소년은 천천히 그것을 자신의 져지 위로 닦아낸 후 마치 여러 명이 망치를 들고 내려치고 있는 듯 쑤시기 시작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벽에 몸을 기댔다. 제 주변에는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했다.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를 정도로 이미 바닥은 질척한 붉은 액체로 뒤덮인 후였다. 신타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새끼. 누가 데려와 달라고 빌었느냐고, 내가 아는 네버랜드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자다 깨니 헛소리가 늘었군. 자, 그럼 다음 루프다."
"‥‥질렸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신타로는 몸을 기울였다. 이번에도 후크 선장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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