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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세토신세토] 한 번으로 끝내.





[세토신세토] 한 번으로 끝내.




 세토 코우스케가 키사라기 신타로를 향한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하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제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 사랑이라 익히 들었지만서도 어릴적 사랑은 어찌 오는 것인가의 대해 고민해왔던 그 모든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애틋한 마음은 정말로 아무도 모르게, 아무소리도 없이 스멀스멀 자신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한 겨울, 날씨가 맑았다. 굳이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언젠가 신타로가 보여주었던 외국의 바다처럼. 푸르고, 투명하며, 시원했다. 에메랄드 빛과는 달랐지만, 푸르다. 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하늘이었다. 그는 그런 하늘이 보이는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 풍경을 머리와 눈에 담고, 담고, 담고. 그 광경을 속이 미슥거릴 지경까지 담고 있던 그는 곧 자신의 앞으로 놓여진 머그컵을 바라보았다. 


"나 참. 왜 이런 한 겨울에 굳이 창가 자리를 선정해서 앉는거야."

  제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그렇게 짖궃은 말을 하면서도 옮기자는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앞에 놓여져있던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고는 턱을 괴며 한숨을 쉰다. 신타로의 행동에 그는 그냥, 하늘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그리 말하며 웃었다. 그런 자신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저 그게 뭐야, 라며 의아한 눈으로 제를 바라보던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뭐, 딱히 상관 없어. 라며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아는 사람밖에 알 수 없는 친절, 짖궃은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내면의 모습. 그래, 어쩌면 자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 것은 그의 그런 모습일지도. 이런 별 거 아닌, 없는 것이 이상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사랑에 빠진 이유를 찾는 자신이 참으로 우스웠다. 세토는 자신의 앞에 놓여져있던 머그컵을 들었다.

"아."

  턱을 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자신이 머그컵을 들었다는 것을 눈치챈 듯 고개를 들어 제를 바라보았다. 곧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팔을 들어 새하얗고 얇고 긴 그 손가락으로 컵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그거, 뜨거우니까 조심하는 게 좋다고. 나도 한 번 데였으니까. 의외로 고양이 혀인가, 분명 제 또한 본인 마냥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있는 말투가 귀여워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애써 입가에 드러나는 기쁨을 보이지 않도록 정리한다. 뜨거운 것은 잘 먹는 편인데, 혹 기분이라도 언짢게할까 말은 하지 못하고 후후, 입으로 바람을 불어 저 멀리 날려보낸다. 찬바람에 딱 좋게 식은 커피를 입 안으로 흘려보내자 혀에는 단 맛이 돈다. 달다,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할 무렵 씁쓸한 초콜릿의 맛이 작은 파도처럼 밀려와 혀 끝에 돌았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전혀 상관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은 언제나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청년과 자신의 관계에 연관짓는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키사라기 신타로는 세토 코우스케에게 커피와도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달콤함으로 다가왔다가도 후에 반드시, 자연스레 씁쓸함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때때로 자신을 밀어 깊은 파도 속에 침전시키고 자신의 팔을 잡아당겨 하늘의 끝으로 끌어낸다는 것이. 멍청한 생각. 이해하지 못할 마음. 전혀 연계점이 없을 터인데, 이 멍청한 머리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최악의 상황을 눈 앞에 그린다. 좋지 못한 상황이 그려지고, 채색되며, 이어지는 것이 반복된다. 멍하니 그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제 손을 감싸는 온기에 몸을 움츠리며 정신을 차렸다. 듣고 있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했던 것일까. 찬바람의 탓인가, 잔뜩 붉어진 뺨으로 입을 비죽거리는 신타로의 얼굴을 보며 세토는 죄송함다, 작게 사과하며 뺨을 긁적인다.

  미처 듣지 못한 말에 무엇이 담겨있었을지, 그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로 잠시 고민하다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답답해질 정도다. 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과연 그의 귓가에 닿았을까. 방금 보였던 행동이 설마 그의 기분을 거스르진 않았을까.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짧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염려와 질책을 하던 때에, 신타로는 입을 버끔거렸다.

"고백은 한 번으로 끝내게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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