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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켄지] 방송까지 2분 10초 남았는데 여유롭게 청혼하는 쿠로하가 나오는 글














 "제기랄, 타테야마 켄지로 어딨어." 

 "아까 전까지 통제실 안에 계셨어." 

 "이미 다녀왔다, 근데 없다고. 여기 선생 어딨는지 아는 새끼 단 한 명도 없냐?!" 

  분주한 사무실을 울리는 쿠로하의 목소리에 스태프들의 시선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한 곳에 꽂힌다. 아, 저 미친 새끼 또 왜 저래.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고 푹 한숨을 쉬어대던 신타로는 하던 일이나 마저 해! 저 새끼 노망났다! 그리 소리치며 옮기던 서류를 마저 옮기기 시작한다. 뒤통수로 살기를 담은 쿠로하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지만 어느 정도 그것을 무시하는 일에 익숙했던 신타로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쏙 통제실로 뒤꽁무니를 감췄다. 영 고까운 듯 그것을 노란 눈으로 흘기던 청년은 두 손을 쭉 편 뒤 입꼬리 옆에 세워놓은 채 삼각형을 만들고 다시 한 번 타테야마 켄지로! 버럭 소리를 친다. 꿋꿋하게 답이 없는 것을 보아 약이라도 처먹고 어디서 배 까고 자는 모양이지. 이렇게 중요할 때에. 답지 않게 잔뜩 흥분한 채 혀를 차며 손을 떨어뜨리고 주머니에 찌른 그는 속에서 만져지는 부드러운 박스를 만지작대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본 사람은 나한테 말 좀." 

 "방송 시작 3분 전이야, 병신아! 빨리 데스크로 꺼져!" 

 "아오, 썅. 알았다고! 알았어. 어련히 잘하겠지." 

  마지막까지 켄지로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정중한 부탁을 하고 있으려니 불호령을 떨구는 개같은 목소리가 버럭 울린다. 저 지랄 맞을 새끼, 개구리 새끼한테 청혼받고 의도치 않게 걷어차라. 주머니 안에 있던 오른쪽 손을 꺼내어 통제실 문 너머에 헤드셋을 끼고 자리하고 있을 키사라기 신타로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린 쿠로하는 가볍게 뒷목을 두드린 후 뒤로 돌아 유리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빠르게 걸음을 옮겨 여기저기 구겨진 채인 옷을 손으로 잘 펴고 넥타이를 다시 조여 맨 그는 검은색 철문으로부터 볼록하게 튀어나온 쇠로 된 손잡이를 잡아 밀고 안으로 향했다. 

 "뭐야, 선생 왜 여기 있어." 

 "2분 10초. 얼른 방송 준비 안 하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나?" 

  허. 헛숨을 터뜨리고 삐딱한 자세로 데스크 바로 끝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켄지로와 시선을 맞춘 쿠로하는 미간을 구겼다. 이런 씨발, 내가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분장실이며 통제실이며 온갖 곳을 뒤져대며 간절히 켄지로를 찾았던 몇 분 전의 저를 생각하니 어처구니 터지는 건 뒤로 밀어두고 억울해 뒤질 것만 같다.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는 건 고사하고 프러포즈도 제대로 못 해먹을 것 같은데 지금 다른 이야기할 시간이 어디 있을까. 켄지로를 일으키고 질질 그를 끌며 카메라 뒤로 향한 쿠로하는 숨을 들이켰다. 뭔데? 뭐야? 갑작스러운 제 행동에 당황했고, 한창 당황 중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연신 던져지는 물음은 대충 씹어 넘긴 채 쿠로하는 크게 심호흡하고 그의 질문을 싹둑 잘라내고 입을 열었다. 

 


 "결혼해. 나 아직 선생 좋아합니다.

 "뭐?" 

  남성은 고개를 쳐들고 제 앞에서 반지를 내민 채 저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청년과 눈을 맞춘다. 와, 씨발 이게 뭐야. 그야말로 혼돈이 따로 없다. 타테야마 켄지로는 작게 허, 숨을 내뱉는다.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라고? 그저 멍한 기분으로 어깨를 들썩거리고 눈앞에서 손사래를 치며 연신 눈을 깜빡거리고 멍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각 안에 소중히 담겨있던 반지를 빠르게 꺼낸 뒤 각을 바닥으로 집어 던진 뒤 냅다 제 손가락에 끼어 주며 씩 웃어 보인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아직 네가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만. 연신 터져나오는 숨을 꾹 삼키고 떨리는 것을 진정시키려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으려니 이후 곧바로 깔끔한 은색의 반지가 끼여진 제 손을 들어 눈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아직도 모르겠어요? 하고 묻는다. 

 "늦었어, 무르기 없어. 당신이 다시 날 여기로 데려왔어. 이미 그걸로 대답은 끝난 거야.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한대도 괜찮아." 

 "아니, 그러니까,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거려. 결혼해." 

 "……제기랄." 

  그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마치 뜨거운 물에 고개를 처넣고 있는 것처럼 온몸의 열이 안면에 쏠린 것을 느끼며 한껏 붉어졌을 제 얼굴을 잡히지 않은 손으로 쓸어내린 그는 눈동자를 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