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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키사라기 신타로] 존재를 인식한 후 그가 취할 행동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레알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들고 있던 붉은색 가위를 바닥으로 강하게 집어 던졌다. 내가 또 가위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건 그 씹새끼랑 대가리를 마주하고 있었다는 거고, 이번에도 다시 리셋되었다는 건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더 이상 하기도 싫고 귀찮고. 어떻게 못 하나? 심드렁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몸을 기울여 바로 뒤로 놓인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진 그는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어떻게 훼방 놓거나 하지 않고. 몸에서 내리는 본능적인 명령으로 고대로 받아들였다. 

  금세 눈앞은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어둠이 참으로 무서웠는데, 몇 번이고 이 좆같은 짓거리를 반복하고 나니 어둠보다 더 두려운 것이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깟 어둠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씨발, 젠장할.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참으로 좆같다고 칼이라도 들고 다음번에 그 새끼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노오란 그 눈동자에 날붙이를 쑤셔 넣고 분수처럼 터져 흐르는 피를 봐야 하는 거야.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칼을 들고 다음번에는 그 좆같은 새끼 눈동자에 꽂아주는 거다. 그래, 그렇게 해서. 내가 이제까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을 보여줌으로써 너도 내 기분을 한 번 느껴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지. 와, 존나 완벽하네. 신타로는 뺨을 긁적거리며 슬그머니 눈을 뜨고 몸을 돌렸다. 부딪힐 듯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하얀색의 단단한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벌리고 혀를 베, 내민다. 

  아, 씨발, 진짜 그만두고 싶다. 제발 니가 켜고 있는 이 창 좀 닫아버린 뒤에 이대로 아무것도 진행 안 하면 안 되냐? 아무도 못 들을, 의미 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