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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신] 날씨가 좋아서 머리가 아픈가보다 밖에 나가고 싶다













  아,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바깥의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커다란 창문 바로 아래서 늘어진 나뭇잎의 그늘 밑으로 얼굴을 두고 햇빛을 피해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답지 않은 이야기지마는, 마치 사람을 바깥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간만에 신타로 또한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깐, 저가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에휴, 내 주제에 무슨 외출이냐. 그런 생각을 하며 뒹굴 몸을 굴려 팔을 쭉 뻗은 채 팔 위로 턱을 올려놓고 나른하게 눈을 끔뻑이고 있으려니 별안간 뒤에 놓인 소파 너머로 문이 달칵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날씨를 즐긴다. 그러자 그것을 방해하고 싶다는 듯, 쿵쿵쿵쿵, 발소리를 내며 달려오더니 이윽고 제 등허리 위로 묵직함을 넘어 허리를 부러뜨릴 무게의 무언가가 올라오더니만 곧바로 고개를 숙여 제 귓가에 속닥거리는 것이 아닌가. 귓가에서 속닥속닥, 부드럽게 말을 흘려 넣는 목소리에 그는 진저리를 치다가 눈을 번쩍 뜨고 천천히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손길에 눈을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나와, 씹새끼야."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누워있던 거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