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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세토신] 39

 

 






[BGM] 하츠네 미쿠 - 39 








  세토는 제 앞으로 내밀어진 분홍색 꽃다발과 신타로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휘둥그레 떠진 눈은 감길 줄을 모르지. 그 표정이 어찌나 웃긴지, 애써 표정을 굳히고 있던 신타로의 입 꼬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고 그것을 가리기 위하여 축 늘어져 있던 손은 절로 입가로 향했다. 여전히 눈을 둥그렇게 뜬 세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인생은 주위를 중심으로 두고 돌아간다고 했던가, 이 정도나 되면 앵간 눈치 까고 꽃다발을 받으며 기억하고 있어줄 줄은 몰랐어요! 같은 반응이 나와야 할 텐데. 어지간히 제 인생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렷다. 어휴, 그래. 나 아니면 누가 챙겨주겠냐, 어?

  튀어나오는 한숨과 웃음, 초록색 리본이 묶인 흰색 꽃다발을 세토에게 안겨주며 신타로는 슬 웃는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고 있어? 안겨진 꽃다발 위로 살짝 고개를 파묻고 쉴 새 없이 빠르게 끔뻑대며 신타로를 쳐다보던 눈이 천천히 닫혔다 뜨인다. 신타로 씨랑 사귄지 일 년 되는 날? 그건 저번 주였어. 그럼 신타로 씨랑 제가 첫 키스 한 지 세 달 되는 날? 좀 닥쳐봐. 죄송함다. 시답잖은 농담질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신타로는 허옇게 마른 손을 들어 삐죽삐죽 튀어나와 안 그래도 더 헝클일 게 없는 머리를 헤집는다.

  세토는 여전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못한다, 아침에 익숙하게 아르바이트에 나갔더니 선물이야, 라면서 점장님께 초콜릿을 받았고. 아지트에 들렸을 때 키도와 카노는 어딘가로 외출한 후였고, 모모와 마리는 저를 보며 입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 코노하가 제 얼굴을 보고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곧장 손을 뻗어 그의 입을 틀어막은 히비야 탓에 결국 저를 향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이상한 일 뿐이었죠, 하지만 도저히 모르겠어요. 신타로 씨. 오늘 무슨 날인가요?

  고개를 까딱거리며 묻는 모습에 신타로는 에휴, 깊은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든 일을 잘 해준 모양인데. 이건 너무 잘해준 거 아니냐? 네가 눈치가 없는 건지, 내가 너무나도 서툰 탓인지. 신타로는 목끝까지 차오른 투덜거림을 꾸욱 삼키고 붉은 저지 속에 손을 넣고 휘젓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에 잡힌 것을 꼭 잡고 꺼내 세토에게 건넨다. 눈앞으로 내어진 상자와 입 꼬리를 살짝 끌어당겨 웃고 있는 신타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세토는 곧이어 “오늘 날짜를 읊어 봐.”라고 이야기하는 소년의 목소리에 머리를 굴리다 아! 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는다.

 “오늘 제 생일이죠?!”

 “너 어디 가서 멍청하다는 소리는 안 듣냐?”

 “아하하…….”

  그러고 보니 벌써 3월인가, 순식간에 흘러간 시간에 새삼스럽게 감탄하며 신타로의 얼굴을 빤하게 바라보다가, 받으라는 듯 손을 까딱거리는 그의 모습에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럼 이거 제 생일선물임까!? 너 진짜 어디 가서 나랑 사귄다고 하지 마라…. 곧바로 자신의 앞으로 놓인 작은 상자의 정체를 깨달은 소년의 눈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그런 눈빛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놈은 곧장 꼭 꽃다발을 팔로 끌어안고 와아…, 그런 소리를 내다가 으으… 하는 작은 신음을 흘리며 테이블 위로 그것을 내려놓는다. 

  신타로 씨! 정말 사랑해요! 야야, 잠깐만! 

  몸을 붙잡아 끌어안는 힘에 손에 들려있던 것이 테이블에 놓여있던 꽃다발의 위로 툭 떨어짐과 동시에 마른 꽃잎에서는 바스락대는 소리와 달콤한 장미향이 났다. 오랜만에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쪽쪽 이리저리 입을 맞추는 모습이 퍽 귀엽고 우스워서야. 신타로는 빈손을 뻗어 세토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린다. 생일 축하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마는. 어울리지 않아도, 새삼스럽게 말하고 싶어졌기 때문에 평소의 자신이라면 죽어라 숨겼을 얼굴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그는 천천히 말을 뱉었다.

 “생일 축하한다, 세토.”

  쿵쿵, 연달아 펌프질을 하던 것이 일순간 훅 떨어졌다가 솟아오르며 머리를 울린다. 얼마만에 맞아보는 생일인가를 새어볼 겨를도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만큼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잠긴 소년은 한사코 신타로를 놔주지 않고 깡 마른 어깨 위로 얼굴을 푹 파묻은 채 숨을 들이마시며 내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번 생일은 정말 최고네요. 미처 내뱉지 못한 말이 깊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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