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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하루신] 감기 조심합시다 죽겠어요

 









 

 

 

  “완전히 골골대고 있잖아요.”

  이마 위로 내려앉은 손이 한겨울 눈송이처럼 차디찼다. 제가 꾸준히 내뱉고 있는 숨은 뜨겁고, 온몸에서는 뭉게뭉게 열이 올랐다. 툭 튀어나온 감이 있는 말에는 다듬어지지 못한 염려가 묻어있었다. 하루카는 덮고 있던 이불을 꼭 잡은 채 가슴 위로 끌어당긴다. 아하하, 완전히 맛이 간 목에서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군데군데 갈라지고 찢어진 것을 어떻게 할 수도 없이 그저 웃어 보인 하루카는 천천히 눈을 끔뻑거리며 이마로부터 거둬지는 손의 밑바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학교 안 나왔다는 이야기에 엄청 놀랐다고요. 알고는 있어요?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기분. 단지 기분 탓이겠지마는, 새빨간 입술을 앙 다문 채, 평소보다 빛이 덜한 둥그런 그 눈, 옹이구멍 안에 든 구슬을 껌뻑대다가 이불 안으로 겹쳐져 있던 손을 꺼내어 배 위에 올려 겹쳐놓고 몸을 뒤척거리는가 싶더니 상체를 좀 더 위로 올려 폭신한 베개위로 머리통을 딱 대고 눕는다. 거기, 앉아도 되는데. 곧이어 오른쪽 손을 슬쩍 들어 올려 침대 옆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던 하루카를 신타로는 삐딱하게 선 채 보고 있다가 하순을 앞니로 짓씹어 놓는다. 썩 애가 타는 모양이지, 제가 쓰러지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제가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할수록 소년의 얼굴은 온몸의 피를 전부 빼버린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변해 일그러진다.

  물론, 즐기는 건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 쪽이 뭉클하게 눌림과 함께 일렁거리는 감정에 절로 숨을 삼키게 된다. 삼킨 숨에 목이 턱 막혀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를 것만 같은 느낌. 삼키고, 숨겨서 언제나처럼 좋은 선배의 얼굴로 하루카는 고개를 까딱거린다. 다리, 아프지 않아? 신타로가 아는 한, 일단 하루카는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보이는 그대로 믿고 받아들일 수밖에. 무어라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 입을 뻐끔거리다가도 이윽고 별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작게 신음하며 두어 번 뒷걸음질을 치다 푹신한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아 하루카와 눈을 맞춘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 좀 해달라고요.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온갖 좋은 척은 다 해놓고 안심했다고 뒤 돌았을 때 털썩 쓰러지면 누가 알아줘요?”

 “신타로가 알아주지 않을까?” 

  정적. 놀라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하루카의 대답에 신타로는 할 말을 잃은 듯 답이 없었다. 아주 일순간 멍한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입술을 오물대는가 싶더니 곧이어 화하게 열이 오른 얼굴로 아! 소리 없이 탄식하다 벌떡 일어난 그는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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