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세토신] 박아넣다.







 [BGM] 아라키 - ECHO

 


 

 

 

 

 

 

 

 "제 추리는 틀리지 않았어요." 

  발끝부터 서서히 몰려드는 싸늘함이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있다는 듯이 번뜩이는 호박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자신을 향해 있었다. 좋게 말하면 희열, 나쁘게 말하면 불안함. 머리 위로 눌어붙은 감정들은 길게 늘어져 연장선을 그리며 자신의 정수리부터 천천히 적셔가고 있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몸을 떨었다, 제 앞에 있는 이가 눈치 챌 수 없도록 아주 미미하게 몸을 떨어대며 입술을 짓씹었다.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연이어 몰아치는 질문은 별안간 그의 머릿속에서 태풍따위를 연상케 했다.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감정이라는 것에서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던 신타로로서는 속을 휘젓는 이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의심을 받고 있다, 그 똑똑한 머리로 생각해 낸 것들을 그 자리에서 직접 보고 들은 사람처럼 조금의 오차도 없이 줄줄 읊어대는 세토의 모습을 보며 신타로는 감탄을 토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젖혔다. 푹신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색 가죽 소파의 등받이 위로 뒷목을 대고 팔을 양 옆으로 쭉 뻗은 채, 거만하게 자리에 앉아있던 청년은 허, 숨을 토해내다 별안간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과도한 긴장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서투르게 닦아내는 제 손이 평소보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 손끝으로 한기가 돌았고, 손바닥으로 기분 나쁜 물기가 묻어났다. 아아, 가려진 시야의 너머로 반듯이 앉아 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청년을 가만히 상상하다 부드럽게 미끌어트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토 네가 알고 있듯이 나는 검사야. 악한 사람들과 싸우는 그런……. 그런 내가 죄없는 사람의 뒤를 덮쳤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그런 녀석이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었겠어? 그럴 만한 깡이 있었다면 애초에 법으로 싸우는 일은 그만 뒀을 거라고."

  제가 알고 있는 세토 코우스케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남을 의심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 그런 녀석이 왜 경찰이 되었는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일지언정 "당신이 범인이라면 나는 당신을 잡겠다."라는 삼류 추리로멘스 드라마의 대사를 던질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냥, 그래. 신타로는 말을 내뱉고 한 번 침을 삼키며 마른 입술을 핥아 축였다. 곤란하다, 그런 표정을 거두지 말아야 했다.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라서도 안 됐고, 그저 초조하게만 보여서도 안 됐다.

  나는 너를 사랑하니 네가 확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대략 그런 느낌으로. 멍청할 정도로 착해빠진 제 연인을 다루기 위해서 필시 깔려있어야 할 베이스는 그런 것이었다. 걸려라, 언제나처럼. 마법의 주문을 속으로 두어 번 외던 그는 별안간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소리 없이 내려 제 무릎 위로 올린 신타로는 곧 그 손을 제 앞에 놓인 술잔으로 뻗었다. 컵의 위로 불쑥 튀어나온 채 쌓여있던 얼음은 이미 녹고 녹아 술 안에 담겨 있었다. 숨을 죽인 채 제 사소한 행동거지 하나조차 놓치지 않으려 눈을 굴리는 세토의 시선이 담긴 것을 가볍게 들이킨 그는 옆에 놓인 정장 마이를 들어 걸치고 넥타이를 잡아 풀었다. 

 "못 믿겠다면….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마지막 말뚝이었다.  

 

' > 카게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토신] 39  (0) 2016.03.28
[신아야] 오만의 대가  (0) 2016.03.27
[하루신] 감기 조심합시다 죽겠어요  (0) 2016.03.19
[쿠로신] 딜.  (0) 2016.03.12
[하루타카] 넌 집에 안 가고 싶어?  (0) 20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