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세토신] 오늘은 내가 너의 위로가 되었다.















[BGM] Rachel Platten - Fight song 










 "물론 저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때는 있었슴다." 

  신타로는 제 앞에 선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뺨을 타고 흐르다 턱 끝에서부터 비가 내리는 것처럼 투두둑 투두둑 떨어지기 시작한 물방울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의 빛이 무색하게도 소년은 언제나처럼 눈을 휘어 웃고 있었다. 호박색의 눈동자가 천장에 달려 밝은 빛을 쏟아내는 전등과 눈에 맺힌 눈물 덕에 평소 저를 바라보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신타로는 숨을 삼킨다. 믿을 수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허나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그는, 이 세상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다. 이 자리에 존재하는 세토 코우스케가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키사라기 신타로에게 세토 코우스케는 완벽하게 그런 사람이었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하리라, 그리고 그렇게 강해 왔으리라 생각했건만.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까지 믿어왔던 그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깨져버리고 그 파편은 날카롭게 다듬어져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파편이 바닥과 부딪힘과 동시에 신타로의 머릿속 어느 부분으로부터 쨍그랑, 그런 소리가 크게 울렸다. 신타로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깨진 무언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냥. 환청에 불과한 거겠지. 동시에 파도처럼 몰려오는 것들이 있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슴 속에서, 펴진 손바닥으로부터, 시선의 끝으로부터, 신경의 끝으로부터, 핏줄의 끝으로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그것은 신타로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이대로 집어 삼켜지는 것은 아닌가. 그는 겁을 먹는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강한 사람은 그만한 상처가 있다고 했는가. 때로는 어떤 시련이 자신을 덮친다, 그리고 그 시련에서 살아남는 사람만이 강해질 것이다. 그런 대사가 급하게 수면 위로 떠올라 머리를 한 번 헤집었다. 이제까지 그가 겪어왔을 법한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처럼 돌아가며 눈앞에 보일 리 없는 환상을 펼친다. 아파, 아파, 구해줘, 살려줘, 그러지 말아줘. 그 말을 몇 번이고 외쳤을까. 얼마나 많이 손을 뻗고 그 손을 거두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저마저도 눈물이 난다. 신타로는 눈꼬리 끝에 맺힌 것을 대충 손등으로 눌러 찍어 닦아내고는 손을 뻗어 세토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런가, 너는 이제까지 많은 것들을 겪어왔던 거구나.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로부터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깊은 감정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엄지로 찬찬히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모두 살살 찍어 눌러 닦아버리고 신타로는 손을 쭉 뻗어 세토를 끌어안았다. 조용한 방 안을 메우던 정적은 마치 물에 풀리기 시작한 감기약처럼 천천히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금세 고요함으로 바뀌어 싸늘한 공기를 밀어버린다. 마치 새벽녘의 하늘만 같았다. 신타로 씨? 예상치 못한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 그게, 네가, 아픔을 숨기는 방법이라면. 이제 됐어. 신타로는 속닥거리며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시야로 한 줄기의 빛이 새어들어 눈앞을 밝힌다. 끝까지 아프리라 생각했던 상처 위를 지그시 누르는 손길에 세토는 그저 멀뚱멀뚱하게, 신타로의 어깨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는 입을 다문다. 울면 안 돼. 더 울어버리면 미움받을지도 몰라.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머릿속에 끼워 넣고 앞니로 하순을 꾹 문 채로 울음을 참아내던 별안간 신타로의 목소리 하나로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신타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는, 울고 싶지 않았어요."

  세토는 천천히 손을 뻗어 큰 손으로 신타로를 꼭 끌어안았다. 저는, 신타로 씨. 그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싶었어요. 아무도 잃지 않도록, 더는, 누나처럼, 그렇게 모두를 보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었슴다. 그렇게 내뱉는 것에 마음이 아렸다. 신타로는 손을 들어 세토의 등을 살살 두드리며 쓸어내렸다. 

 "…더 이상은 혼자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푸하, 바보냐고…. 혼자 하려고, 하는 건."

  신타로는 눈을 가늘게 뜬다. 다시금 눈에서 새어 나와 맺히기 시작한 것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뜬다. 내리쬐는 빛에 여전히 눈이 시렸다. 언제쯤 여름이 갈까,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 더운 공기가 언제나 차갑게 식을까. 신타로는 주먹을 꾹 쥐었다. 내가 여기 있으니까, 좀 더…. 말을 마저 잇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에 그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좀 더, 같이 가자. 세토." 

 "네…." 

  서로가 맛보았던 눈물은 어떤 맛이었나. …신타로는 다시금 눈을 감았다. 맞닿은 가슴으로부터 쿵쿵, 커다란 것이 여전히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