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카게 전력 60분 [신아야] 어느 휴일












 

 

 

 


 

창문을 통해 저를 비추는 햇빛이 꼴에 봄이라고 반짝반짝 법석을 떨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귀찮다고 해야 할까, 싫다고 해야 할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신타로는 제 옆에 쭈그려 앉아 책상에 손을 얹고 반쯤 목도리로 얼굴을 가려놓은 채 둥그런 갈색 눈망울을 보기 좋게 치켜뜬 소녀의 얼굴을 도르륵 눈동자를 굴려 한 번 바라본 뒤 작게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뭐가 좋아서 이렇게까지 옆에 붙어있는 거람. 친하게 지내준다는데 무어가 그리 불만인지, 좋아라, 팔을 벌려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지는 못할망정 손을 휘적거리며 약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아야노를 밀어내는 저의 꼬락서니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거나, 주관적으로 보거나 일단 추했다. 단 한 번이라도 놀러가자, 하는 것을 그래, 좋아.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기를 한두 번, 세 번? 꾸준히 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평소와 똑같은 모습으로 손을 젓고 툭툭 말을 내뱉으며 그녀를 밀어낸 뒤에 주인에게 외면 받은 시츄처럼 눈알을 내리깔고 끙끙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몸에 남아있는 일말의 양심이라는 것으로부터 파도처럼 일렁일렁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그것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하여 신타로는 마찬가지로 정말 귀찮다.’라는 생각을 자신의 머리 위로 덧씌우며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오늘도 그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굳건한가. 아주 진저리가 난다.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그 자세로 주저앉아 책상 위에 축 늘어진 자신의 팔을 잡고 흔들어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대는 소녀의 행동에 소년은 샐쭉 뺨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홱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 진짜!”

물론 화가 난 건 아니지마는 이렇게 하면 언제나와 같이 축 늘어져 짐을 대충 챙긴 후 그럼 어쩔 수 없지, 신타로. 월요일 날 보자. 그렇게 이야기하며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신타로는 아야노를 퍽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야노는 고개를 까딱거린다. 그렇게 저를 바라보고 있는 표정이 왜 그래요? 하고 묻는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다고, 거기서 쿵 하고 내려앉은 심장에 신타로는 몸을 뒤로 젖힌다. . 너 그런 눈빛으로 이쪽 바라보지 마. , 왜 그렇게 보는데……. 마치 신음처럼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혹시라도 이상함을 눈치 챘을까. 그것이 놀림거리가 되지는 않을까하여 그는 숨을 삼키고 마치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삼켜 뭉친 숨을 천천히 누르며 아주 옅게, 가깝게 들어선 얼굴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옅게 뱉어낸다.

그야, 신타로랑 놀러 가고 싶으니까…….”

너 혼자 가면 되잖아. 아니, 애초에 너 친구 많잖아. 왜 굳이 나여야만 하는데? 아까 전까지 교실에 있던 녀석들한테 저기! 나 휴일날 벚꽃이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혹시 나랑 같이 갈 애 없니? 라고 물어보면 누구든 손을 번쩍 들고 나 갈게! 하고 소리칠 거라고.

, 반에서의 인기는 그 정도잖아. 물론 멍청이들한테 그런 인기를 얻어봤자 얻는 게 뭐겠냐마는.“

갈색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에헤헤, 익숙한 웃음을 흘리며 뺨을 긁적거리는 소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타로는 화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에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내며 손을 들어 아야노의 이마를 밀어냈다. 최대한 열이 올랐다는 것을 숨기려는 듯 창가에 바짝 붙어 햇빛을 안면으로 받아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제 이마를 밀어내는 손에 아야노는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밀려났다. 저기, 신타로~. 그래도오……. 들릴까 말까, 소심하게 뱉어내면서 손을 쭉 뻗고 그를 잡으려 애를 쓰지만 소년은 여전히 매몰찰 뿐이다.



 

때는 봄,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었다. 신타로는 친구들과 함께 나가본 적이 있을까? 언제나 혼자 있으니까, 다 같이 돗자리를 펴고, 즐겁게 웃으면서, 맛있는 걸 먹고 마시고 떠들며 꽃을 본 적이 있을까? 불현 듯 떠오른 호기심은 마치 질병처럼 퍼진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생각 하나와 연결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고……. 아야노는 고개를 돌렸다, 저기 신타로. 나긋하게 말을 내뱉으며 이름을 부르니 그는 꾸벅꾸벅, 햇빛 아래서 잠을 자고 있다가 어? 하고 되물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쓸데없는 질문인 줄은 알면서도, ……도대체 그건 왜 물어보느냐, 하는 꾸지람을 들을만한 질문임을 알면서도. 답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떠들고 웃으며 꽃을 바라보는 신타로를 상상하니 저도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말하기를 꺼리다 천천히 목소리를 냈다.

신타로는 친구들이랑 벚꽃 보러 갔던 적 있어?”

?”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냐.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고 숨이 반쯤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 것이 그다지 확실한 답을 듣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아하하……. 저기, 그러니까. 아야노는 슬쩍 몸을 틀어 신타로를 향한다. 손을 들어 슬슬 흔들어 보이며 변명 비슷한 것을 생각하다가 금세 친구라면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자기 합리화로 좀 더 당당하게 입을 연다.

요즘 봄이니까! 벚꽃도 피고 있고. 그래서 같이 놀러 가면 분명 기쁘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