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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신] 착각이 아닙니다










 깡, 신타로가 팔을 한 번 휘적거림과 함께 그가 들고 있던 캔은 곧장 날아가 하얀색 벽과 부딪힌 후 벽 위에 짙은 커피자국을 두 방울 정도 남긴 뒤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새끼 또 왜 승질이람. 하얀색 가운을 입고 한쪽 팔에 차트를 낀 채 우두커니 신타로를 바라보고 있던 쿠로하는 짧게 혀를 차며 들고 있던 커피를 마저 마신 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푸른색 쓰레기통 안으로 그것을 던져 넣었다. 깡, 깡! 아무리 한적한 시간이라고 한들 의사라는 것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다 마신 커피캔을 대충 쳐박는 것도 모자라 욕짓거리나 뱉고 있으니 이건 뭐, 의사로서의 위엄따위는 개한테나 던져주고 있다. 타카네가 자리에 있었다면 그리 말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분명 말 조심 정도야 했겠지마는, 알 바인가. 지금 없잖아? 신타로는 빈 손을 들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쿠로하에게 보인다. 씨발 인간적으로 우리 딜 좀 하자. 어? 나도 잠 좀 자자고. 씨발. 너만 쳐자냐? 너만 쉬냐? 어? 씨발 여기 내 눈 아래 다크서클 내려온 것 좀 봐. 이걸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는 말이야? 후폭풍은 이미 좆까둔 상태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혀를 내두르니 앞에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쿠로하는 곧장 허, 하고 헛웃음을 친다. 그래, 네 새끼가 좀 피곤하긴 피곤한가 봅니다. 네 녀석 말하는 폼을 보니 이젠 좆되도 상관 없으니까 사표나 내놔, 라고 이야기하는 듯 보이는 건 내 착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