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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쿠로신] 20160310

 

 

 

 

 

 

 

 쨍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신타로는 제 뒷통수를 강하게 갈기고 공기중으로 흩어져가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처들었다. 이 씨발 성깔 더러운 새끼! 보나마나 무어나 수틀리는 게 생겨 현관에 발을 딛자마자 신발장 위에 놓여있던 하얀색 꽃병을 떨어트려 깨뜨렸을 것이다. 그건 언젠가 쿠로하가 신타로에게 선물했던 꽃이었는데, 언제였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퍽 오래된 것이었다. 다섯개의 노랗고 얇은 꽃잎이 축 늘어진 것이 아름다워서 아, 이 꽃은 오랫동안 키우고 싶다. 그리 생각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쿵, 쿵, 쿵!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연장선을 그리며 저가 누워있는 방을 향해 다가온다.

 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 속 온기는 사라질줄 모르고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오르락내리락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제발 이 온기가 이불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으면 좋으련만. 아마도 그것은 바람으로 끝날 것이다. 그래,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으로. 신타로는 몸을 움츠린다. 팔로 다리를 감싸고 몸을 둥글게 만 채로 숨을 죽인다. 저 징그러운 새끼가 날 가만히 뒀으면 좋겠는데. 소리를 낼 수 없는 바로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다. 집에 있는 문이란 문은 다 벌컥 열어 재끼고 자신을 찾는 듯 쿵쿵대며 이 방 저 방을 오가는 소리에 신타로는 눈을 감는다. 이대로 잠이라도 자면 덜 귀찮게 굴까? 아니다, 아니야. 분명 이불을 끌어내리고 전등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편안한 공간에서 끌어낼 것이 분명했다. 

 그저 조용히 바깥으로 다시 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집에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