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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하루타카] 넌 집에 안 가고 싶어?







  날이 참 맑았다. 점심을 먹은 후라 그런가, 잠은 점점 오기 시작하고. 아니. 사실 점점 오기 시작했다는 말보다 반쯤 잠에 절어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이리라. 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헤드폰에서는 여전히 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쿵짝쿵짝, 이런 정신 사나운 노래를 듣고 있으면서도 잠에 반쯤 절어있을 수 있다는 건 썩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까? 어디 잠을 가장 잘 잘 수 있는 사람에게 상 주는 대회 같은 게 있다면, 그런 직업이 있다면 평생 놀고 먹으며 돈까지 벌 수 있지 않을까 쓸데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그런 생각이 머리를 한 번 휘젓고 바람에 실려 창 밖으로 사라져간다. 

  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또 다른 소년, 코코노세 하루카는 제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어떻게하면 사람이 저렇게까지 부지런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자신과는 다르게 수업도 꽤 잘 듣는 편에 속했고. 가끔 다른 짓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고는 해도 성적은 꾸준히 좋았지.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예컨대, 기억 속 싸가지 없는 그 녀석과 견줄 정도의 머리라거나. 그래, 그런 것이 틀림 없다. 대충 결론내리고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걱정을 다시 밖으로 밀어버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연다. 하루카. 썩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어서 그녀는 잠깐 헛기침을 하는가 싶더니 곧 침을 꿀꺽 삼키고 도리질을 한다. 

  응? 타카네의 물음에 고개를 처박고 연신 손을 움직이는 데 집중하고 있던 소년은 기다리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며 고개를 처들고 저를 바라보다가 눈을 끔뻑거린다. 무슨 일이야, 타카네? 그리고 곧,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어 보인다. 아, 이 녀석 역시 자기보다 소녀력 높다. 몸을 움찔이며 젖히고 있다가, 눈을 찡긋대며 분한 기분에 으~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7분 남았는데 쓰기 귀찮다. 어쩌지. 하여간, 손을 쭉 피고 책상 위로 엎어져 차가운 나무 판 위로 뺨을 대고 누워있다가 슬 고개를 돌리며 소년을 보니 소년은 여전히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빠르게 깜빡거릴 뿐이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괜스레 심술이 나서, 그냥. 말을 삼키고 있던 타카네는 지루하지 않아? 그렇게 한 마디를 툭 내뱉는다. 

  타카네는 심심해? 

  그리고 돌아오는 물음에 역시 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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