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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카게프로

[하루신세토] 평생 모를 거예요. 내 마음.









[BGM] 블락비 - Toy


 

 

 

 

  컵에 물을 쏟아 붓듯 신타로는 세토의 품속으로 제 몸을 욱여넣은 채로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손으로 문질러 닦아 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얇은 머리카락에서는 간지러운 꽃냄새가 마구 풍겼고,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는 듯 했다. 소년은 손을 들어 청년의 둥글게 휜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아지트 내에 남은 저와 그, 단 둘. 신타로는 몇 가지 조건이 성립되는 상황이 오면 세토의 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마치 한 마리의 동물처럼 새근새근 숨을 내뱉으며 잠을 청하고는 했다. 첫째, 그의 애인인 하루카가 자리에 없을 것. 둘째, 세토와 신타로 단 둘일 것. 이것도 일종의 분리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인터넷에 올렸던 지식포털사이트에 달린 답변 중 딱 한 번 이해할 수 있었던 단어 하나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소년은 호박색의 큰 눈을 끔뻑이며 신타로의 흰 얼굴의 옆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제 품에서 자리를 잡고 눈을 감을 때는 ‘설마?’하는 작은 희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고는 했는데, 그 희망은 얼마 안 가서 “세토는 편하지.” 툭, 내뱉어진 그 말에 산산조각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매번 신타로가 다가올 때마다, 또는 그가 저를 챙기려 들 때마다 어딘가 속이 아리고 쓰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매섭게 내려치는 것을 보면 그 조각은 한 순간 스쳐지나갈 감정처럼 쉬이 녹아내리지 않고 몸속에 둥지를 튼 채 수시로 장기를 쿡쿡 찔러댈 생각인 것 같았다.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윽고 선배, 선배. 그토록 그리웠을 이름을 웅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금세 숨이 막히고 괴로워진다.

  신타로 씨에게 저는 뭐예요? 혀끝에서 맴돌던 말이 한 여름의 아이스크림, 내지 입 속으로 들어가 설탕물이 되어버린 솜사탕처럼 녹아내린다. 사랑이라는 거지, 자각하자 이번에는 혀끝이 그저 따끔따끔하다가도 화한 기분이 든다. 덜 마른 머리칼에 코를 처박고 킁킁거리던 소년은 얼굴 위로 반투명한 열꽃을 올리며 손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응. 응. 사랑스러움에 절여진 소리를 작게 내뱉으며 뺨을 비볐다. 단 한 순간이라도, 신타로 씨가 연인으로서 내 품에 안길 수는 없을까요. 가늘게 뜨여진 눈 안으로 보이던 구슬하나가 번들번들 물기를 품고 있었다. 아마도 평생, 당신은 내 기분을 모를 거야. 반쯤 원망, 반쯤 사랑스러움에 젖어서. 이러지 않았으면, 그리 생각하다가도 단 한 순간 외로움을 달래줄 수단으로 여겨져도 좋으니 당신이 나를 찾았으면 한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감정인가 싶으면서도 소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다.

  사실, 간절한 마음 하나를 제하고 당신을 향한 그 모든 것이 모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