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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퀘스트

[강정님/코노신] 사랑스러운 무지






BGM]스타쉽 플래닛(Starship Planet) - 눈 사탕 















 "신타로, 키스." 

 "예?" 

  키사라기 신타로는 예상치 못한 코노하의 말에 몸을 크게 움찔였다. 뭐라고요? 다시 한 번 물으며 허, 하고 숨을 터뜨린다. 그리고 곧, 무슨 말인지.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그것을 깨닫고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손을 휘적거릴 뿐이다. 너, 너너, 너너, 너! 그런 말 어디서 배워온 거야?! 일반 남성의 경우라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리도 없었을 테지만, 아아, 어쨌든. 코노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지구가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음을 신타로는 장담할 수 있었다. 그는 팔을 뻗어 가까이 다가온 코노하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몸을 젖혔다. 저, 저리 잠깐 가 봐! 청년이 그를 밀어내자, 코노하는 그 멍한 분홍색의 눈동자를 끔뻑거리며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곧 추욱, 고개를 늘어뜨리며 강아지 같은 둥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이다.

 "신타로는 나랑 키스하는 게 싫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오히려 쌍수 들고 만세를 외치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올라온 본능을 침착하게 꾹 삼켜내며 연신 저는 머리를 쓸 수 있는 지성인이다, 강조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신타로는 그런 건 아니지만‥‥.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까딱거리다,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그 전에‥ 너, 그 말 어디서 배워온 거야? 역시나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저 혼자 납득하고 몇어 번 고개를 끄덕거린 신타로가 코노하를 향해 묻는다. 신타로의 물음에 코노하는 눈을 다시 한 번 끔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아. 작게 소리를 내며 카노가 알려줬어, 라고. 작게 일러주었다. 

  이 자식, 신타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나름대로 싸악 삭히며 천천히 심호흡했다. 가만 안 둔다. 절대로 가만 안 둔다. 꽉 쥔 주먹이 당장 카노의 정수리를 강하게 내려칠 기세로 부들부들 떨려온다. 코노하는, 저를 보며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타로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저의 앞에서 둥그런 눈을 연신 끔뻑거리는 코노하를 향해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키스가 뭔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 

  신타로가 알고 있는 한, 코노하는 이상하게 이런 쪽의 지식이 얕았다. 마치 단 한 번도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나 할까, 아니 애초에, 사람과 제대로 지내지 않았나? 여간,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정도로, 그는 순수했다. 감정을 의식하는 일도 적어서, 처음 손을 잡고, 처음 끌어안고, 처음 입술을 부볐을─정말로 입술만 대고 있었다,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신타로는 맹세할 수 있다.─때에도 그는 쑥스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신타로 좋아. 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래, 그런 녀석이! 설마 키스라는 걸 알고 있을 리가. 홀로 수긍하며 신타로는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저를 바라보고 있던 코노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눈 감지 마세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신타로는 가만히 코노하를 바라보았다. 코노하는 곧 눈을 뜨고 저와 눈을 맞추다가. 눈을 끔뻑거린다. 

 "역시 모르겠어." 


  그럴 줄 알았다.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싸해진다. 순간적으로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어휴, 하는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 그는 반쯤 눈을 감고 가만히 코노하를 바라보다가 그러면서 뭘 하겠다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다 곧 코노하의 어깨를 잡고 밀치기 시작했다. 이제 나와, 무겁다. 신타로의 반응에 코노하는 그럼 키스는? 하면서 여전히 키스 타령을 한다. 됐어, 키스고 뭐고‥ 이제 힘 다 빠졌어. 반쯤 우울해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니 코노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듯 신타로, 화났어?'하고 물어온다. 그 표정이 꽤나 초조했던지라, 그는 차마 화났어. 라는 장난조차 치지 못하고 화는. 하고 부정하며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을 뿐이다. 

  키스하고 싶으면 방법을 알아 와. 그럼 해줄 테니까. 아마 어떻게 하든 무리겠지만. 마지막 말은 꾹꾹 눌러 담은 채, 그는 테이블에 떨어뜨린 잡지를 주워들었다. 코노하는 역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거린다. 응, 알았어! 그럼 금방 알아올게. 그리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가 버린다. 

  카노의 면상을 한 방 날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달려가는 코노하의 뒷모습을 눈에 담는다. 귀여운 녀석. 어째 나이는 나보다 더 많은 것 같은 게. 피식피식, 절로 터져 나오는 웃음에 신타로는 큭큭 거리며 잡지로 입가를 가렸다. 정말,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무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그리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