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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퀘스트

[애꽃님/쿠로신] Good-bye Summer








 




[BGM] f(x) (Feat.디오) - Good bye Summer











 "계속 그거 읽고 있을 생각이지?" 

  신타로는 쿠로하의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 그럴 셈이야. 툭 던진 대답이 통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곧 입술을 삐죽이며 팔을 뻗어 어깨동무를 해오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허나 여기서 한소리 한다면 뒷통수에 고통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그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읽던 책을 마저 읽기로 했다. 한줄 한줄 모든 문구를 읽어나가며, 머리에 찍어내듯 넣어놓고 한 장, 한 장 넘기자 자신의 방 안에는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로 가득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아무도 소리 내지 않았다. 정적에는 편안한 정적이라는 것과 영 불편한 정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신타로는 영 불편한 정적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끼며 힐끔힐끔, 쿠로하를 바라보았다. 허나 저를 이렇게나 불편하게 만드는 본인은 정작 이 불편한 정적에 관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했다,  뭔가 분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신타로는 천천히 읽고 있던 책을 덮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안 읽으면 뭘 하자고 할 생각인데? 신타로의 말에 쿠로하가 그를 힐끗 바라보다 씩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된 느낌이라, 아아. 신타로는 작게 탄식하며 낚였네. 하고 중얼거렸다. 

  대충 상대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기울인다. 쿠로하에게 몸을 기대며, 신타로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였더라, 이 녀석이 저의 옆에서 살게 되었던 것은. 이제는 먼 과거의 일만 같은 것을 떠올리며 그는 조심스럽게 기억을 되새김질했다. 


  그 날,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이 끝났다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던 그 날. 신타로는 그저 기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원흉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왔던 것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그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이며, 자신의 분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 허나 그런데도 그는‥‥. 신타로는 천천히 무리에서 벗어나 방금까지 누군가가 있었던 곳에 손을 대어본다. 차가운 감촉이 자신의 손끝에서부터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져, 그는 잠시 몸서리를 칠 뻔했다.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고 뿌연 물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응시하자, 흐릿하게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었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웃고 있지. 마지막까지 악당처럼 굴지. 완전히 슬픔과 절망에 절어, 지난날 저가 지었던 표정을 다시 짓고 있는 녀석을 보는 순간, 신타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 속으로 손을 넣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죽지 마." 

  그의 목소리를 들은 듯 게슴츠레 눈을 뜬 청년은 자신과 눈을 맞춘다. 어째서? 뚜렷하게 보이는 의문, 하지만 신타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며, 평생 나의 옆에서 살아. 그게 내 소원이야! 그리 소리쳤을 뿐이다. 물속에 잠겨있던 청년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기쁨과 의문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저의 팔을 잡은 제 손을 꽉 잡고 그저 몸을 맡긴다. 그 소원 이루어 주도록 하겠습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그리 말하며, 그는 천천히 수면 위로 올랐다. 


 "야, 자냐?" 

  모든 되새김질을 끝내고 서서히 몽롱한 정신을 끌어올린다. 눈을 감고 있었더니, 그것을 자는 것으로 오해했던 것인지 쿠로하는 저의 앞에서 손바닥을 흔들거리며 물을 뿐이다. 저가 반응하지 않자, 그는 가만히 저의 얼굴을 바라보는 듯하다가. 어깨에 기대어 있는 저의 고개를 툭툭,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일어나. 심심해. 그리 이야기한다. 마치 애완 뱀을 기르고 있는 기분인데. 신타로가 중얼거리자, 뭐야 안 자잖아. 그리 답하며 그는 저와 눈을 맞춘다. 애완 뱀은 무슨, 애완 뱀이 어떻게 이래? 그리 이야기하며 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대다가 그는 털썩 고개를 숙였다. 심심해, 재롱 좀 피워봐. 재롱은 니가 피워야‥‥. 죽고 싶다고?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떤 재롱을 피울까요! 젠장! 낮게 내리깐 목소리에 신타로는 자세를 바로 하고 벌떡 일어나 쿠로하를 바라보며 크게 외친다. 진즉 그랬어야지. 신타로의 태도를 보며 드디어 만족한 듯, 쿠로하는 낮게 웃으며 거만한 자세로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아, 존나 괜히 살렸네. 될 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던 신타로는 쿠로하와 눈을 맞췄다. 풉.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곧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 젠장, 이래서 네가 싫어." 

 "나도 마찬가지다. 멍청아." 

  ‥‥어쩌면 조금 바랐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들리지 않게, 신타로는 작게 속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