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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퀘스트

[히스님/하루타카] Good Morning ~










[BGM] 버벌진트(Feat. 권정열) - 굿모닝














  코코노세 하루카는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아주, 정말로 깊은 잠이었기 때문에 꿈 같은 건 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밤이었다고 생각했다. 저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천천히 잠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소년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진동하는 알람시계를 저의 옆에 누워있는 소녀가 깰세라 낚아채 버튼을 눌렀다. 끄으으~ 대략 7시간 정도를 누워있었던 저의 몸이 뻐근함을 토로하며 괜스레 머리 위로 쭉 팔을 뻗고 온몸에 힘을 준다. 그렇게 한참을 기지개로 시간을 보낸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밝은 햇빛이 침대 옆의 창문으로부터 서서히 흘러들어와 자신과 소녀의 몸을 적셨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그리 생각하며 하루카는 타카네를 바라보았다. 타카네는 참 새근새근 자는 것 같아. 눈을 꼭 감고 작은 손을 꼭 쥐고,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자는 소녀를 보며 하루카는 실실 웃음을 흘렸다. 정말 예쁘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어 볼이 화끈거린다. 괜스레 창피해져서, 그는 다시 한 번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피고는 고개를 숙였다. 타카네의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카락을 살살, 손가락으로 걷어내고, 드러난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좋은 아침이야, 타카네. 그렇게 속삭이는 것을 꿈속에서도 들었던 걸까. 응, 응, 대답 같은 잠꼬대를 들으며 하루카는 천천히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은 뭐가 좋을까? 간단하게 토스트가 좋을까, 아니면 밥을 먹을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고민하며 거실로 나온 그는 소파 위에 걸려있던 하얀색 후드를 들어 걸쳤다. 아직 겨울이고, 조금 추우니까‥‥. 할 필요 없는 변명을 웅얼거리며 소년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조용한 집안에 혼자 서 있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걸어준다면 그것 또한 정말로 완벽한 아침일 것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타카네였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소녀는 자고 있었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파 위에 놓여있던 TV 리모컨으로 손을 뻗었다. 검은색의 매끄러운 리모컨이 손에 닿자, 그는 그것을 들어 올려 손에 꼭 쥐었다. 으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뭔가 아쉽다. TV보다는‥‥. 전원 버튼을 누르기 전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아쉬움으로 하루카는 소파에 기대어 고민했다. 끄응, 작게 신음하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TV와 라디오를 비교하다가, 그는 아! 그래.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리모컨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두었다. 

  그는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천천히 저의 핸드폰을 찾았다. 혹여라도 타카네가 일어날까, 깨어버릴까, 안절부절못하며 천천히 이불과 책상 위를 뒤진 결과, 그는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던 저의 핸드폰을 찾아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핸드폰을 켜고 얼마 전 다운받아두었던 스트리밍 앱을 눌렀다. 이것만 있으면 여러 가지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며, 신기해하는 저에게 잠깐 가져와 봐, 라며 저의 핸드폰을 가져간 타카네는 곧 저와 같은 앱을 다운받아 건넸던 것이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왠지 타카네랑 같은 걸 공유하는 느낌이라 기분 좋았지~ 낯부끄러운 소리를 하며 그는 그것을 식탁 위에 내려두었다. 

  곧 이어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하고 흥이 나면서도 시끄럽지 않은 것이, 마치 자신이 살고 있는 아침과도 같은 노래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하루카는 기분 좋게 두 개의 머그잔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은 뒤, 커피머신에 물을 넣고 예열시키기 시작했다. 커피를 타기 시작했으니까, 오늘은 달걀 토스트가 좋겠다. 어떤 아침을 차릴지, 타카네가 자신이 차린 상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메뉴를 정한 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몸을 돌려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얀색의 냉장고를 향해 발을 디뎠다. 그는 냉장고 앞에 서서 문을 열고 달걀을 꺼내기 전에 얼마 전 보았던 연인과 즐거운 아침을 보내는 방법~ 이라는 프로그램을 떠올려내곤 그 옆에 붙어있는 통에서 볼펜과 포스트잇을 꺼내 천천히 "좋은 아침!"이라고 적어넣은 뒤, 포스트잇을 한 장 떼어 냉장고 위에 붙였다. 곧 꽤 뿌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이 급하지 않게 달걀 서너 개를 꺼내고 팔로 밀어 냉장고의 문을 닫았을 때, 그는 저의 뒤에서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 하필이면 달걀을 떨어뜨릴 뻔했다. 

  "좋은 아침‥‥." 

  타카네의 목소리다. 하루카는 고개를 돌려 타카네를 바라보았다. 어라, 타카네. 벌써 일어났어? 평소보다 일찍 기상한 타카네를 바라보던 하루카는 고개를 까딱거렸다. 하루카의 물음에 타카네는 부스스한 얼굴에 힘을 주고 꾸욱, 눈을 감고 비비다가 햇빛 때문에‥‥. 하고 웅얼거린다. 그런 타카네를 바라보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버린 하루카는 잠시 앉아있어, 라고 이야기하며 몸을 돌려 찬장에서 큰 그릇 하나를 꺼내 그 안에 달걀을 올려놓았다. 곧 뒤에서 의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아직 잠에 빠져서 제대로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겠지. 그런 소녀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이 느껴져서, 얼른 아침을 끝내고 같이 먹고 한 숨 더 자자. 하루카는 그리 생각하며 손을 재촉했다. 

  


  달걀을 부치고 소금을 뿌려 간을 하고, 빵을 구워 접시에 담아두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커피머신에서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딱 맞는 타이밍이네. 하루카는 접시 하나에 차곡차곡 달걀과 빵을 쌓아놓은 뒤, 그것을 타카네가 앉아있는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소녀는 아직도 꾸벅꾸벅, 연신 고개를 까딱거리며 졸고 있었다. 침대에 가서 자면 좋을 텐데. 두 손을 뻗어 타카네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주며 빙그레 웃은 하루카는 이제 곧 다 됐으니까, 먹고 한 숨 더 자자. 그리 이야기하며 몸을 돌려 커피포트에 갈아놓은 원두를 넣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머그잔에 내려지는 커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스푼을 들고 한 번 젓기 시작했을 때 즈음에, 그는 갑작스럽게 저의 허리를 감싸오는 팔에 깜짝 놀라 몸을 들썩거렸다. 타, 타카네? 다시금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퍽 당황한 얼굴로 고개만을 돌려 소녀를 내려다보자 소녀는 저의 등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무어라 웅얼거린다. 

  "으으, 하루카‥, 졸려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어리광 피우기를 시작하는 소녀를 보며 하루카는 애써 놓칠 것만 같은 끈을 꽉 부여잡고 웃음 지었다. 으, 응! 자, 그러니까 타카네‥‥. 어서 먹고 조금 더 자자‥. 머그잔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하며 머릿속에서 강하게 사이렌이 울린다. 으아, 안돼, 안돼‥. 정신 차리자, 하루카! 반대쪽 손으로 저의 뺨을 툭툭 치며 눈을 꾹 감는다. 침착하게 저의 허리를 잡고 있는 손을 꼭 잡고 소년은 천천히 그 손을 풀어나갔다. 

  "자, 자, 타카네‥‥. 아침 먹고 조금 더 잘 수 있으니까! 조금 더 힘내자‥!" 

  조금 더 힘내자니, 조금 더 힘내자니! 말 이상해, 말 이상해! 완전히 마비된 저의 머리를 뒤적거리며 쓸만한 말을 찾아 내뱉은 것이 힘내자는‥. 저의 한심함에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타카네의 손을 풀어나가던 하루카는 이내 꼬옥 저를 안아오며 싫어‥‥. 이러고 있을 거야, 라고 중얼거리는 타카네의 말에 들고 있던 머그잔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