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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타카] 시린 햇빛 [BGM] 심규선 - 표정 "있잖아. 나, 눈을 감으면 타카네가 보여." 하루카의 말에 타카네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커튼이 걷혀 활짝 드러난 창문으로부터 부드러운 겨울 햇살이 흘러들었다. 타카네는 직접 안구로 쓸어내리는 빛에 눈을 찡긋거렸다. 반짝이는 햇살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침대에 턱을 괴고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헤에, 그거 굉장하네. 부끄러우면서 아닌 척은. 통 좋지 못한 말투의 저를 되새김질하며 투정한다. 그는 잠시 부끄러운 듯이 길고 흰 손가락으로 저의 뺨을 긁적거리며 배시시 웃더니 그렇지? 하고 물어온다. 그 모습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아서, 타카네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하루카의 얼굴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눈꼬리를 휘어 웃다가, 창가..
[세토신] 설득 [BGM] Hello - Tanner Patrick 오늘따라 더 거센 비가 내리쳤다. 마치 눈물을 예고하듯, 거침없이 뺨을 때리는 빗물에 괜스레 마음이 착잡하게 내려앉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울고 싶은 것은, 그리고 축축하게 젖어가는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라. 저의 앞에 있는‥‥. 목이 막혀온다. 목이 막힌다. 신타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자신의 앞에서 우산도 무엇도 쓰지 않은 채 그저 내리는 비를 모두 몸으로 받아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토 코우스케를 향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받아줄 수 없는 자신의 입장에서라도, 그는 아무 말 할 수 없어야 했다. 신타로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우산을 떨어뜨리며,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침없이 자신..
[렛카님/세토신] 밤의 공백 [BGM] 라디 - as Always "참, 신타로 씨도! 분명 저녁때 커피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말씀 드렸잖슴까." 세토 코우스케는 입을 삐죽거리며 커피잔을 들고 있는 키사라기 신타로에게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신타로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한참을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그는 곧 손을 뻗어 신타로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낚아채 옆에 있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신타로는 평소와는 달리 너무 이르게 돌아온 저의 애인에게 아무 말도 못한 채 한참을 쩔쩔매며 양 손을 흔들거렸다. 아니, 이건 오해야. 범행현장을 발견했슴다, 오해는요! 신타로의 되도 않는 발언에 세토는 푹, 한숨을 쉰다. 그리고 곧,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신타로의 손을 잡은 채 그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범행현장까지야‥‥. 납득치 못하겠다는 ..
[쿠로신] Ophelia [BGM] 루시아 - 오필리아 신이시여, 이제 그만 악마가 나를 포기하게 하시고.탕. 머리에 총알을 처박은 소년은 그리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 있었다. 아주 깊은 잠에,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딱딱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처박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쿠로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신타로의 얼굴을 노란색의 눈동자 안으로 주워담았다. 카메라로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미친 듯이 찍어대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그는 그렇게 신타로의 얼굴부터, 곳곳에 난 상처까지 사소한 것조차 놓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그의 모습을 완벽하게 머릿속에 새겨넣었을 때, 쿠로하는 천천히 신타로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키를 맞추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주륵 ..
[하루타카/신아야] '아무것도'의 범주 [BGM] 루시아(Feat. 짙은) - What Should I Do "하루카 선배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 신타로의 물음에 하루카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저가 되묻자 예, 좋아하는 사람이요. 그리 답하며 핸드폰에 닿아있던 눈길을 돌려 하루카를 바라본다. 삐죽삐죽 올라온 머리를 한 손으로 꾹꾹 눌러 정리하던 그는 곧 머리 옆으로 짧은 양갈래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장난스레 씩 웃는다. 예를 들어 이 녀석이라던가. 신타로의 장난기 다분한 말투에 하루카는 헉, 숨을 들이쉬며 손으로 입을 막아버리고는 아, 저, 신타로‥‥. 오해야‥! 힘없는 목소리로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그런 하루카를 지그시 바라보던 신타로는 곧 킥킥 웃으며 오해가 아니라 완전히 사실 같은..
[쿠로신] CRISPAPPLES 5. [BGM] 루시아 - 오스카 마지막 시간은 정말로 순식간에 흐른다. 쿠로하는 그것을 새삼, 다시 느끼며 시험지와 답안지 카드가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한 손에 들고 유유히 걸어 2-7이라고 팻말이 붙어있는 교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교실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다. 그가 교실에 들어가자 각자의 자리에 앉아 책 하나씩을 들고 달달달 무언가를 외우고 있던 아이들은 야, 선생님 오셨다. 라며 바삐 움직였다. 보고 있던 책을 정리하여 사물함에 넣은 그들은 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쿠로하는 천천히,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하여 교실을 쭉 둘러보았다. 키사라기 신타로. 키사라기 신타로.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며 주위를 둘러보던 쿠로하는 창가 바로 옆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은 신타로를 발견하고 입꼬리를 끌어올..
[세토신] 안 사귑니다. 1부 [BGM] Who says - John Mayer 키사라기 신타로는 세토 코우스케를 좋아한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임과 동시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일의 당사자 중 단 한 사람, 세토 코우스케를 제외하면. 신타로는 어릴 적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전부터 숨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차가워 보이는 일면 탓으로 사람과 깊게 이야기할 기회를 얻는 것은 어려웠지만, 단지 그뿐. 한 번 작정하고 달려들면 그 페이스에 말려들어 정신을 못 차리는 성격 덕분에 조금만 대화를 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키사라기 신타로였다. 그리고, 그런 당사자를 앞에 두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눈새 새끼가 바로 세토 코우스케. 단장인 키도를 포함한 ..
[신쿠로신] 바람 났습니다. "헤어져." "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쿠로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신타로는 멍한 눈으로 머그잔을 바라보고 있다가, 저와 눈을 맞추길 원하는 쿠로하의 바람은 무시해버린 채, 그와 눈을 마주하지 않고 머그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너, 미쳤냐? 평소 같았으면 저의 눈빛에 마시던 것도 토해내며 한심하게 굴었을 터인데. 무언가 이상하다.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는 청년을 바라보던 쿠로하는 곧 주먹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이쪽 봐. 새끼야. 약 처먹었냐? 커진 목소리와 굉음이 은은하게 온기가 돌던 카페 안을 울렸다. 동시에 싸하게 얼어붙은 냉기가 그들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에 반응한 카페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들에게로 꽂혔지만, 당사자들은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