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카게프로

(98)
[쿠로신] 20160310 쨍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신타로는 제 뒷통수를 강하게 갈기고 공기중으로 흩어져가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처들었다. 이 씨발 성깔 더러운 새끼! 보나마나 무어나 수틀리는 게 생겨 현관에 발을 딛자마자 신발장 위에 놓여있던 하얀색 꽃병을 떨어트려 깨뜨렸을 것이다. 그건 언젠가 쿠로하가 신타로에게 선물했던 꽃이었는데, 언제였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퍽 오래된 것이었다. 다섯개의 노랗고 얇은 꽃잎이 축 늘어진 것이 아름다워서 아, 이 꽃은 오랫동안 키우고 싶다. 그리 생각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쿵, 쿵, 쿵!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연장선을 그리며 저가 누워있는 방을 향해 다가온다. 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 속 온기는 사라질줄 모르고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
카게 전력 60분 [신아야] 어느 휴일 창문을 통해 저를 비추는 햇빛이 꼴에 봄이라고 반짝반짝 법석을 떨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귀찮다고 해야 할까, 싫다고 해야 할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신타로는 제 옆에 쭈그려 앉아 책상에 손을 얹고 반쯤 목도리로 얼굴을 가려놓은 채 둥그런 갈색 눈망울을 보기 좋게 치켜뜬 소녀의 얼굴을 도르륵 눈동자를 굴려 한 번 바라본 뒤 작게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뭐가 좋아서 이렇게까지 옆에 붙어있는 거람. 친하게 지내준다는데 무어가 그리 불만인지, 좋아라, 팔을 벌려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지는 못할망정 손을 휘적거리며 약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아야노를 밀어내는 저의 꼬락서니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거나, 주관적으로 보거나 일단 추했다...
[쿠로켄지] 부디 이 아름다움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나는, 마지막까지 당신이 아름답길 바랐습니다. 크고 하얀 손이 천천히 자신의 눈앞으로 내려앉았다. 뜨겁게 끓기 시작한 몸과는 달리 눈꺼풀 위로 내려앉는 손은 몸서리를 치고 싶을 정도로 차가웠기 때문에 켄지로는 축 늘어진 손을 들어 쿠로하의 팔목을 잡아 밀어내리라 생각했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몸은 뇌에서 내리는 명령을 외면한 채 신경을 타고 흐르는 약물에 절어 있었다. 부글부글, 열이 끓었다. 등허리로 식은땀이 흐르며 발끝에서부터 한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아아, 아무래도 감기에 걸렸나. 켄지로는 따뜻한 숨을 뱉어내며 컥, 컥, 숨이 막히는 소리를 냈다. 괜찮아,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턱이 없었지만, 그것이 내는 목소리는 따뜻했다. 안심되었다고나 할까, 정말..
[쿠로신] Like I'm Gonna loss you [BGM] Megan Trainor(ft.John Legend) - Like I'm Gonna loss you I'm Gonna love you. 따뜻한 바람이 뺨을 훑고 지나가며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마치 새하얀 천에 물이 드는 것처럼 미지근한 온기가 퍼져나간다. 신타로는 테라스에 간이침대를 두고 누운 채,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검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 재질의 둥그런 와인 잔을 손을 뻗어 잡아 들었다. 언젠가 녀석이 놀러왔던 날, 저는 상체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여 조절해두었던 것을 지금에서야 꺼내 쓸 줄이야. 당시 코웃음을 치며 지껄였던 것이 민망할 정도다. 그는 자세를 좀 더 편하게 조절하며 몸을 기댄 뒤 느긋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
[세토신] 오늘은 내가 너의 위로가 되었다. [BGM] Rachel Platten - Fight song "물론 저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때는 있었슴다." 신타로는 제 앞에 선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뺨을 타고 흐르다 턱 끝에서부터 비가 내리는 것처럼 투두둑 투두둑 떨어지기 시작한 물방울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의 빛이 무색하게도 소년은 언제나처럼 눈을 휘어 웃고 있었다. 호박색의 눈동자가 천장에 달려 밝은 빛을 쏟아내는 전등과 눈에 맺힌 눈물 덕에 평소 저를 바라보고 있던 것보다도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신타로는 숨을 삼킨다. 믿을 수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허나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그는, 이 세상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
[쿠로신] 날씨가 좋아서 머리가 아픈가보다 밖에 나가고 싶다 아,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바깥의 하늘이 환하게 보이는 커다란 창문 바로 아래서 늘어진 나뭇잎의 그늘 밑으로 얼굴을 두고 햇빛을 피해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답지 않은 이야기지마는, 마치 사람을 바깥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간만에 신타로 또한 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깐, 저가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에휴, 내 주제에 무슨 외출이냐. 그런 생각을 하며 뒹굴 몸을 굴려 팔을 쭉 뻗은 채 팔 위로 턱을 올려놓고 나른하게 눈을 끔뻑이고 있으려니 별안간 뒤에 놓인 소파 너머로 문이 달칵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날..
ㅋ ㅓ미션넣을거다!!!!!!!!!!!!!!!!!!!!!!!!!!!!!!!!!!!!!!!!!!!!!!!!!!!!!!!!!!!!! C타입!!!!!!!!!!!!!!!!!!!!!!!!!!!!!!!!!!!! "또 담배야?" 윽. 신타로는 몸을 움찔거렸다. 방 한 구석에, 혹시라도 눈에 걸릴까 어두운 곳에 끼어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대는 것이 참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고장난 인형이 빳빳한 목을 움직이려 애를 쓰듯 고개와 몸을 슬쩍 돌리고 물고 있던 담배는 왼쪽 손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넣은 채, 혹 담배 냄새가 제게 닿기라도 할까 애써 손을 몸의 바깥쪽으로 돌려놓는 등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진짜 안쓰럽다. 음지와 양지, 중간에 끼어 담배가 자리하고 있는 손은 그늘에 완전히 잠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모모는 입술을 비틀어 물고 물끄러미 신타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시작한다. 이크, 큰일 났다. 도망갈 구실도 못 찾겠..
[키사라기 신타로] 존재를 인식한 후 그가 취할 행동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레알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들고 있던 붉은색 가위를 바닥으로 강하게 집어 던졌다. 내가 또 가위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건 그 씹새끼랑 대가리를 마주하고 있었다는 거고, 이번에도 다시 리셋되었다는 건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더 이상 하기도 싫고 귀찮고. 어떻게 못 하나? 심드렁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몸을 기울여 바로 뒤로 놓인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진 그는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어떻게 훼방 놓거나 하지 않고. 몸에서 내리는 본능적인 명령으로 고대로 받아들였다. 금세 눈앞은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어둠이 참으로 무서웠는데, 몇 번이고 이 좆같은 짓거리..